신화통신서 8회 걸쳐 소개, '21세기 자본론' 가을 출간
11월 피케티 訪中도 추진
서구 자본주의 공격 기회 불구 中도 빈부격차 문제 극심
"공평ㆍ정의" 목소리 커질 듯
자본의 세습과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진 토마 피케티(43)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중국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다 갈수록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중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피케티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의 주요 내용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총 8회에 걸쳐 이어질 이 기획은 바수쑹(巴曙松)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부소장이 번역을 맡았다. 이에 앞서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참고소식(參考消息)은 <21세기 자본론>의 중문판이 오는 가을 중신(中信)출판사에서 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11월에는 피케티 교수가 중국을 방문해 독자들과 만나는 행사도 추진되고 있다. 광명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피케티 교수에 대한 장문의 인터뷰 기사도 잇따라 싣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가 서방 경제학자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21세기 자본론>이 자본주의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상대적으로 중국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게 일을 열심히 해 소득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해 낸 뒤 현 서방 세계가 세습 자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중국으로서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전수단이다. 신화통신이 이날 <21세기 자본론>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공산당선언>도 자연스레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최근 중국 당국이 서구식 민주주의 사상의 침투를 막기 위해 미국 사회의 비리와 모순을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7일 미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에선 상위 1%의 부유층이 전체 부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80%의 대다수는 고작 7%만 소유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러한 양극화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미국인의 믿음을 동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비리와 부패, 권모술수 등을 다룬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중국 당국이 허용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중국 내 피케티 열풍에는 중국 사회 역시 빈부격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지니계수(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는 0.473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시난(西南)재경대학 중국가정금융조사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중국 가정의 지니계수는 0.61에 달했다. 지니계수는 0.5를 넘으면 폭동 등의 사회적 갈등을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피케티 교수의 지적과 <21세기 자본론>을 거울 삼아 공평과 정의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경제성장으로 빈부 격차가 벌어진데다가 최근에는 이러한 부가 세속 되면서 푸얼다이(富二代ㆍ부유층의 자녀) 문제까지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허판(河帆) 연구원은 신화통신에 “피케티 교수의 주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평등은 21세기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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