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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제동 걸고 대본 간섭… 할리우드 주무르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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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제동 걸고 대본 간섭… 할리우드 주무르는 中

입력
2014.06.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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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4', '월드 워 Z' 등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의 한 장면.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의 한 장면.

세계 상업영화 시장을 주름잡아온 미국 할리우드가 중국에 꼼짝 못하고 있다.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영화시장이 된 중국이 ‘시장 파워’를 배경으로 배우 선정, 장면 중 상품 노출 심지어 대사까지 간섭하고 있다. 거액을 들인 블록버스트의 경우 제작비 회수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이 같은 중국의 요구에 할리우드는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7일 미국과 중국 동시개봉을 앞둔 ‘트랜스포머 4편:사라진 시대’. 외신에 따르면 미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만든 이 영화에는 중국 자동차, 컴퓨터, 신용카드, 음료, 술, 가전양판점 등이 끝도 없이 등장한다. 제작비를 지원받는 대신 영화나 드라마 장면에 그 회사의 상품을 슬쩍 보여주어 광고 효과를 거두는 이른바 ‘PPL(Product Placement)’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중국 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해당 기업의 상품 등을 노출시키는 계약을 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국의 부동산개발ㆍ호텔업체인 판구(盤古)그룹이 최근 홍콩에서 열린 이 영화 시사회에서 160만달러를 지원하는 대신 20초 이상 판구호텔을 보여주도록 계약해 놓고 왜 호텔 노출 시간이 20초가 안 되냐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판구그룹은 트랜스포머 캐릭터와 관련된 마케팅 권리 일부도 보장받았지만 파라마운트가 중국 마케팅기업과 따로 계약했다는 불만도 터뜨렸다. 이를 이유로 160만달러 반환과 파라마운트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의사까지 밝혔고 이 영화의 중국 개봉에도 제동을 걸었다.

놀란 파라마운트의 고위 임원들과 마이클 베이 감독까지 부랴부랴 판구그룹 달래기에 나섰고 사태는 개봉 예정일을 나흘 앞두고서야 가까스로 수습이 됐다. 자칫 개봉 지연 만으로도 파라마운트는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볼 뻔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2007년 개봉된 ‘트랜스포머 1편’은 중국에서만 4,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이어 2009년 2편은 7,200만달러, 전작인 2011년 3편은 1억7,2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번 4편에 중국 여배우 이빙빙이 준주연급으로 출연하고 홍콩, 베이징, 광저우, 충칭 등 영화 전체의 3분의 1이 중국과 관련된 장소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추세가 이러니 파라마운트는 당연히 이번에 더 많은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작품의 제작비는 2억달러 남짓으로 알려져 있어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것만으로 제작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의 간섭은 이런 상업적인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할리우드가 중국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문제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있었다. 최근 전세계 개봉한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판타지 ‘말레피센트’는 개봉 후 사흘간 흥행 실적이 예상보다 20% 정도 낮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봉을 앞두고 상하이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졸리가 “대만과 중국은 별개”라고 발언해 중국인들의 반감을 산 것이 이유로 거론된다.

중국의 반응을 감안해 시나리오를 수정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개봉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 워 Z’에서는 “좀비가 생겨난 원인이 중국에 있을지 모른다”는 당초 대사가 “원인은 모스크바 독감”으로 바뀌었다. 영화업계에서는 중국이 머지 않아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중국에 유리한 정치적 메시지를 세계에 전파하려고 들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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