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진 교수의 뼈대 있는 이야기]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사망자수는 25만7,396명이다. 사망원인의 1위는 역시 악성 신생물인 암이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암 생존율을 아직까지 높지 않는 실정이다. 그래서 암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주위에서도 환자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암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전이가 잘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암환자가 허리에 통증을 느낀다면 단순한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가 아닐 수 있다. 암이 뼈로 전이된 것일 수도 있다.
척추는 뇌의 운동 및 감각신경을 전달하는 중추 신경계를 보호하고, 인간의 몸을 지탱해주는 몸의 기둥이 되는 뼈의 구조다. 이러한 척추에도 암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이 이 척추뼈암은 말기 암환자의 약 70%에서 발견되는 흔한 암이다. 이는 국내 연간 암 사망자수 6만명이라는 것과 비교해 볼 때 4만명 정도에게 발병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뼈는 폐와 간 다음으로 암 전이가 잘 되는 부위로, 뼈의 내부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에 암세포가 살기 좋다. 뼈로 전이된 암세포는 정상적인 뼈 구조를 파괴해 통증을 가져오고 골절까지 일으킨다. 전립선암, 유방암, 폐암, 신장암, 갑상선암 등이 전이성 뼈암을 잘 유발하기 때문에 이런 암에 걸린 분들의 경우 암 치료를 다 한 뒤에라도 전이성 뼈암에 대해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반면에 소화기 암이나 난소암, 자궁암 등은 뼈 전이 빈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전이는 척추, 늑골, 골반뼈, 허벅지뼈, 어깨뼈 등에 잘 생기나, 무릎 아래쪽이나 팔꿈치 관절의 아래 부의는 전이가 매우 드물다. 고령의 경우 퇴행성 관절염과 전이성 뼈암을 구분하기 쉽지가 않다.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요통 외에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이성 뼈암의 통증은 초기엔 경미하고 뻐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편이며, 쉬어도 완화되지 않는다. 특히 야간의 동통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척추에 전이되면 허리나 등 통증과 함께 팔이나 가슴,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뼈나 관절이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암이 뼈로 전이된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뼈로 전이가 잘 되는 암을 가진 환자는 관절염이 흔히 발생하는 부위가 아닌 곳에 통증이 생겼거나, 일반적인 관절염 치료를 했는데 낫지 않으면 암의 뼈 전이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암이 뼈로 전이되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비교적 좋은 예후를 나타낸다. 전이성 뼈암으로 진단되면 방사선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척추암 진단 후에도 신경손상 가능성 및 회복의 어려움, 말기 암 환자의 기대여명 등을 이유로 외과적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기법의 발달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통해 척추암을 제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치료의 목적은 통증을 줄이고 신경마비와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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