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때 유신헌법 초안 작성 등 2대에 걸쳐 각별한 인연에 빈틈없는 업무능력 높이 평가
대체인물 마땅치않은 현실도 "집권 중반기 성과내려면…" 인사파문 金책임 아예 배제도

두 차례의 총리 후보자 낙마로 인해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작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교체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 기류다. 그만큼 대통령의 신뢰가 단단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그토록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
김 실장에 대한 공고한 신뢰는 역으로 ‘사람을 잘 믿지 않는’ 박 대통령의 트라우마와 연결해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최 측근의 총탄에 목숨을 잃는 모습을 지켜봤고, 이후 숱한 인사들의 배신을 경험했던 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사람을 쓰는 핵심 잣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냐’고 한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대통령은 주변 인사들에도 쉽게 믿음을 주지 않지만, 김 실장은 매우 예외적인 관계다”며 “박 전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특별한 인연을 맺어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평검사 시절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 고 육영수 여사 살해범인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는 청와대 법률비서관을 지내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과 당시부터 친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또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도 지냈고, 비서실장 입성 전까지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업무 능력과 대안 부재
여권 내에서는 김 실장의 탁월한 업무 능력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김 실장과 함께 일해 본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실장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맡은 일을 깔끔하고 빈틈 없이 마치는 것으로 유명해 윗사람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집권 2년 차 중반을 향해 가는 박 대통령이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기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정도까지다. 세월호 참사로 3개월 가까이 국정 전반이 스톱돼 다급해진 박 대통령 입장에선 새 비서실장과 다시 호흡을 맞추기 보다 국정 현안 전반을 꿰차고 있는 김 실장과 함께 가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업무 능력 측면에서 김 실장을 대체할 만한 이도 없다는 얘기도 많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가 최근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자 낙마도 김 실장의 책임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난국을 뚫고 나가는데 김 실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불통 스타일 뒷받침
그러나 김 실장이 불통 논란을 빚고 있는 박 대통령의 권위적 국정운영 스타일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풍부한 내각 및 의정활동 경험을 가진 김 실장은 당과 내각, 특히 검찰의 ‘최고참’ 격이어서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가능케 했지만, 이는 역으로 ‘눈치보기 내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야권이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도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뗄 수 없는 관계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 스타일을 바꾸려는 마음이 없는 한 김 실장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