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김 회장 장남에 "지분 담보로 내놓아라" 압박 김회장 "절대 줄 수 없어" 계열사 구조조정 차질로 담보로 넘긴 지분 처분 땐 동부화재 경영권 못지켜 계열사의 부실 여파로 우량계열사가 팔리는 동양·LIG 전철 밟을 수도

유동성 위기로 핵심 제조 계열사인 동부제철을 채권단의 손에 넘겨 준 동부그룹. 이제 관심은 마지막 보루인 동부화재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김준기 회장이 동부화재 등 금융 계열사를 사수하기 위해 동부제철을 포기했다는 게 정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동부화재의 경영권조차 안심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분 추가 담보로 내놓을까
채권단은 김 회장 장남 김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13.29%)을 담보로 내놓을 것을 줄기차게 압박하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에 실패하게 되면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두겠다는 얘기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김남호씨 지분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면서도 “다만 김남호씨가 특수관계에 해당하는 만큼 (채권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은 24일 채권단과의 회의에서 “동부화재 지분은 절대로 못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황.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6.93%)이 이미 채권단 담보로 잡혀 있어 김남호씨 지분마저 담보로 넘기면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경영권이 채권단 결정에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동부화재 경영권 방어에 목숨을 걸었지만 업계에서는 다음달 초부터 계속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 등 유동성 위기를 막으려면 채권단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

추가 담보 제공은 경영권 박탈?
현재로서는 채권단에 김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줘도 동부화재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산업은행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일 뿐 지분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거듭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동부그룹측은 이를 곧이 곧 대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단 주식이 손에서 떠난다면 언제 어떤 상황이 될 지 알 수 없는 탓이다. 만약 동부제철을 비롯한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등 제조 계열사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게 돼 담보로 넘긴 지분이 처분되면 김 회장 일가는 동부화재 경영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부화재는 동부증권(19.92%)과 동부생명(92.94%)을 두 축으로 동부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제조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가 분리돼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제조 계열사가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오너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고 그러면 동부화재 지분을 처분해서라도 채권을 갚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과 LIG 전철 밟나
동부가 동양그룹과 LIG그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계열사 부실 여파로 우량 계열사가 팔리는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많다. 동양이나 LIG와는 달리 계열사 부실 규모가 크지 않고 비교적 느슨한 순환출자구조인 만큼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이나 LIG와 달리 동부 계열사간 지분구조가 복잡하지 않다”며 “극단적으로 동부제철 등이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 동부화재가 관련 채무를 전액 손실 처리해도 피해규모는 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처럼 동부 제조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동부증권의 계열사 회사채 불완전판매 여부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전날 하한가였던 동부CNI(-14.50%), 동부제철(-14.39%), 동부건설(하한가), 동부하이텍(-10.03%)은 이틀 연속 폭락했지만 동부화재의 경우 비교적 선방(-1.62%)한 것도 시장의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동부화재 주가도 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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