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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0416'

입력
2014.06.2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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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생존학생 70일만에 등교…"잊지 않을게요" 노란 팔찌 눈물 삼키다 "살아줘서 고맙다, 사랑해" 희생자 학부모 마중·격려

세월호 참사 70일 만에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온 25일 마중나온 희생학생 부모들이 아이들의 등교를 반기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김주성기자 poem@hk.co.kr
세월호 참사 70일 만에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온 25일 마중나온 희생학생 부모들이 아이들의 등교를 반기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김주성기자 poem@hk.co.kr

“엄마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들 딸들아!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뜬 마음으로 떠났다가 세월호 참사 70일만에 학교로 돌아온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을 맞은 것은 희생학생 부모들이었다. 73명 생존학생들이 학부모들에게 한명씩 고개 숙여 “다녀오겠다”고 인사하자 부모들은 내 아이인 양 부둥켜 안았다. 그 옆에 없는 자식 생각에 오열했다. 친구 부모의 애끊는 울음에 학생들도, 옆에서 지켜보던 생존 학부모와 교사도 다 같이 울음을 터트렸다. 교문에서부터 20여m에 불과한 언덕길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기까지 30여분이 걸렸다.

25일 오전 8시30분 생존학생들은 교복을 차려입고 학부모들과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쭈뼛거리며 버스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낯설었다. 부모의 손을 꼭 잡은 채 땅만 보고 걸었다. 아이들의 손목엔 ‘remember 0416’이라고 적힌 노란색 팔찌가 걸려 있었다.

“안녕. 잘 왔어. 어서 와.”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교사들이 밝게 인사하며 아이들을 한명 한명 끌어안았지만 학생들의 굳은 얼굴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살아와 줘서 정말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 힘내라’고 적힌 노란 손수건과 피켓을 들고 첫 등교를 격려하기 위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희생자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애처로운 모습에 벌써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생존학생과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직접 작성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학생을 대표해 호소문을 낭독한 남학생은 “위로나 격려를 해주는 사람도 많지만 SNS나 메신저를 통해 ‘너만 살아 나와 좋으냐’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다”며 “주위 어른들은 잊고 힘내라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추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왜 희생되어야만 했고 왜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야만 했는지 어른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졌을 때라고 한다. 부디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다 끝내 북받치는 감정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머지는 학부모 대표가 대신 읽어줘야 했다.

학생들은 옛 교실에서 2, 3교시를 보냈다. 떠난 친구 책상에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적고, 친구가 평소 좋아했던 물건을 올려놓았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 편지도 잊지 않았다. 이후 실습실 등을 리모델링한 새 교실 4곳에서 수업을 받았다. 교과 수업 대신 앞으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했고 반장도 뽑았다. 단원고는 생존 학생들의 소통과 치유에 중점을 두고 일상적인 학교생활 적응을 목표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후 3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은 등굣길보다 훨씬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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