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겨우 살아났는데, 임대소득 과세 내용이 포함된 ‘2·26 대책’ 발표로 부동산 시장을 다시 망가뜨린 적이 있다. 정부가 2주택 전세 임대소득 과세방침을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엄청난 조세저항을 부르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2주택 전세 임대소득 과세는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 주도로 전환하려던 순간, 매수자 주도로 유턴해 버린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돼 버렸다. 부동산 10년 주기설을 한방에 날려 보낸 셈이다.
이번에 정부가 다시 내놓은 임대소득 완화 정책도 핵심을 비껴나가고 있다.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가 2017년으로 1년 늦춰졌느니, 연간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 소득자에게는 보유주택 수와 상관없이 ‘분리과세’를 적용하며 별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느니, 임대소득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고 언론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한 계획만은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전혀 못 읽는 대목이다. 경제도 의사소통의 기반위에서 건강해질 수 있다.
원칙적으로 소득이 있는 모든 곳에 과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을 논할 때가 아니다. 당장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놓고 전세 세입자로 하여금 집을 장만하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게 우선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 시국에서는 2주택 보유자들을 벌주기보다는 북돋아 줘야 할 판이다. 2주택 보유자가 있어야 전세가 공급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과세가 두려워 2주택 보유자가 모두 시장에 1주택을 판다고 내놓는다면 집값은 폭락하고 전세물량은 씨가 마를 것이다. 그러면 서민은 모두 월세로 몰리고 생활은 더욱 허덕이게 될 것이다.
정부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모양이다. 경기도 부양해야겠고, 예산부족에 세금도 더 걷어야겠고,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걱정이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정책을 아무리 많이 내놓는다 해도 방향성이 없다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후퇴하게 마련이다. 지금 정부에서 내놓는 경제정책은 방향성을 상실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제정책 탓에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국민이 불신하게 되고, 무능하다고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핵심포인트는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대해 소득세의 부과 여부에 달려있다. 예상외의 지방선거 결과에 고취돼 이 문제를 외면하려 하고, 세입증대의 논리로 부동산 경기를 다시 움츠러들게 한다면 경제는 점점 침체의 길로 빠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부동산을 띄우면 내수가 되살아나고 경기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본다. 임대과세의 대대적 손질이 있어야 거래가 활성화하는데, 경제침체의 길로만 치닫는 정부의 무능이 두렵기까지 하다.
201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서고 있다. 역설적으로 100%를 초과하는 주택보급률 속에서도 신규시장이 창출된 것은 다주택 소유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주택 소유자의 대부분은 2주택자일 것이다. 이 중 전세 임대소득이 있는 자는 그리 형편이 넉넉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증금을 내줄 돈이 넉넉했다면 월세로 전환해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택을 갈아타려다 부동산 침체가 와서 어쩔 수 없이 2주택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정책에서 전세 임대소득은 3주택부터, 월세 임대소득은 2주택부터라는 기준이 설정됐던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기 전에는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대한 세금부과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존 소유자들에게도 불안을 주기 때문에 즉각 폐지해야 한다. 동시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절한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소탐대실하는 헛발질 경제정책은 더 이상 내놓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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