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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르드족 독립

입력
2014.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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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를 거꾸로 읽으면 ‘드르쿠’가 된다. 투르크와 음운혼동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하지만 쿠르드족은 터키의 다수민족인 투르크족과는 엄연히 다르다. 인종적으론 아리안족에 뿌리가 닿아 있으며, 아르메니아 고원에서 뻗어 내려와 터키와 이라크, 이란 등의 산악 국경을 이루는 쿠르디스탄 지역에 주로 거주한다. 인구는 3,000만명이 훨씬 넘지만 쿠르디스탄 지역이 인접한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분할 귀속된 채 나라 없는 민족, ‘중동의 집시’라 불리는 처지다.

▦ 다산 풍습이 있어 자녀가 열명에 이르는 집이 드물지 않을 정도임에도 나라조차 못 세울 만큼 민족공동체의 발전이 미흡했던 건 산악과 계곡, 황량한 고원 등 거주지역 대부분의 열악한 지형적 특성 때문인지 모른다. 16세기 이후 오스만제국과 페르시아 간 완충지대로 여러 쿠르드공국(公國)이 존재했던 게 고작이다. 1차 세계대전 후 분할 귀속이 확정됐다. 영국 등 열강들이 1920년 체결한 세브르조약에서 자치를 보장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은 분할 귀속된 나라별로 꾸준히 이어졌지만, 전 민족 차원으로 통합되지는 못했다. 1970년대 들어 터키 쿠르드노동자당(PKK), 이라크 쿠르드애국동맹(PUK) 등이 주도한 독립운동으로 각국에 내전이 발생해 4만명 이상이 죽고, 25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담 후세인은 생전에 쿠르드족 말살정책을 펴 대대적인 인종청소를 자행했는데, 1988년엔 북부 할하브자 마을을 사린 폭탄으로 공격해 5,000여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 최대 가해자인 후세인의 죽음이 쿠르드족에게 독립국가 수립의 기회를 만들어준 듯하다. 후세인 사후 증폭된 이라크 내 이슬람 시아ㆍ수니파 간의 대립이 최근 내전으로 치닫는 사이, 북부 쿠르드족 자치체인 쿠르드지역정부(KRG)가 독립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KRG 장악 지역엔 키르쿠크 등 이라크 전체 매장량의 17%를 차지하는 유전이 집중돼 경제적 기반도 탄탄한 편이다. 이라크 내전이 사상 최초의 쿠르드 민족국가 탄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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