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말년 병장이 사고 냈다면 이면에 따돌림이 존재"
군 당국도 간접적 인정 4월에 소초장 보직 해임 총기 난사와 연관성 수사
고성 GOP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22) 병장이 체포 직전 남긴 메모에 자신을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 ‘밟힌 하찮은 벌레’ 등에 비유하며 동료들을 원망하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내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5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 병장은 본인을 개구리에 빗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나 같은 상황이었으면 누구라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메모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병장은 또 “나 같이 하찮은 벌레라도 밟히면 얼마나 아프겠냐”고 적어 줄곧 관심병사였던 그의 군 생활이 순탄치 않았음을 내비쳤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전역을 3개월 앞둔 병장이 사고를 저질렀다면 군의 이면에 집단 따돌림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13명의 사상자(5명 사망ㆍ8명 부상)를 낸 이번 사건의 원인이 부대 내 따돌림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희생 장병이 가해자로 오해 받을 수 있어 메모는 유족들의 바람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임 병장은 사고 당일 8시 15분쯤 GOP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부대원들에게 수류탄 1발을 투척한 뒤 총을 가격했다. 수류탄 폭발 충격에 쓰러진 동료 7명 가운데 총격을 당한 김영훈(23) 하사가 가장 먼저 숨졌고, 수류탄에 맞아 양 발목을 다친 최대한(21) 일병은 “도망가라”고 소리치다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임 병장은 대피하는 나머지 5명에게도 조준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임 병장이 선임 병장과 근무조에 동반 편성돼 경계에 투입된 사실도 그가 부대 내에서 병장 대접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통상 육군 경계근무는 상ㆍ하 계급 1명씩 2명이 한 조가 되는데, 임 병장은 관심병사라는 이유로 경계근무에서 후임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육군 중앙수사본부는 참사가 발생한 22사단 55연대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와 임 병장의 상담일지, 수양록 분석을 통해 부대 내 따돌림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파악 중이다.
이와 함께 사고가 난 GOP의 원래 소초장이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것으로 밝혀져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감시 장비 분실, 시설물 훼손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담당 소초장(소위)을 보직 해임했고, 사고 발생 당시에는 다른 부대의 부중대장이 직무대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보직 해임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부대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초장 해임과 총기난사 사건이 관련돼 있는지는 앞으로 수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병장은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돼 파열된 폐의 왼쪽 윗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대화가 가능하고 의식도 명료해 군 당국의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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