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군대라는 부조리가 갈등을 낳는 건 필연이다. 의무병이라면 누구든 불만을 눌러 작게 만든다. 불만의 크기는 사회ㆍ병영 간 거리에 비례한다. 다만 탄성에 개인차가 있을 뿐.
“22사단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충격적이다. (…) 우리 병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질 조짐을 보이는 둑과 같이 위태로웠다. (…) 한국군은 간부 위주의 선진 군대와 달리 징집된 병사 위주의 조직이다. 이들은 똑같은 제복을 입혀 외형적으로는 단일 집단의 구성원으로 통일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가 그대로 녹아 있다. 학벌 갈등, 성별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도 있지만 가장 큰 갈등은 빈부 갈등이다. (…) 많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과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전방의 군부대에서 지난 3년간 용케도 대형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랐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장병의 외출, 외박, 휴가, 음주가 제한되었으며 간부들의 골프와 회식도 금지시켰다. 전쟁 중에도 휴가는 갈 수 있는 법이다. 가장 기본적인 일상조차 빼앗긴 지난 두 달을 장병들은 ‘암흑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 이로 인해 형성된 불만의 용암은 가장 얇은 지각을 찾아 분출하게 되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22사단이다. (…) 장병들이 사회에서 오염된 사상에 물들었다고 생각하는 군 수뇌부는 신세대에게 국가관과 애국심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교화와 징벌의 사고 위에서 움직인다. 그들은 사회가 망쳐놓은 국민교육을 완결하는 최종 교육기관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한다. 모든 책임을 관심병사 개인 또는 사회 탓으로 전가하면서 병영의 구조적 문제와 부조리는 적절히 은폐한다. 정작 인성검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는 그런 군의 고급 간부들이다.”
-정작 인성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한겨레 ‘세상 읽기’ㆍ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전문 보기
“22사단에서 사고가 나자 언론은 관심병사를 살인기계처럼 묘사한다. 과거 군국주의 일본과 같이 한우 등급 매기는 것처럼 관심병사를 A, B, C로 나누고 이들에 대한 수용 및 교화, 통제지침을 제시한다. (…) 분류 기준도 지휘관에 의한 자의적 판단에 의존함으로써 상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지휘관이 “너를 관심병사로 상담한 것으로 기록했으니 이해해 달라”고 멀쩡한 병사에게 당부하는 일도 벌어진다. 결국 병사의 일정 비율을 추출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상황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휘관이 문책을 피할 수 있는 방편이 바로 관심병사 상담기록이기도 하다. (…) 물론 이 사건의 일차적 원인은 임 병장 개인에게 있다. 그러나 22사단이 처해 있는 매우 독특한 상황을 제거하면 이 사건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 이런 환경요인을 거세하고 문제의 원인이 관심병사 개인에게 원래 내재된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건 정책 실패를 은폐하려는 국방부의 얄팍한 노림수다. 권위적 통제문화를 애국심으로 포장해온 국방부의 편리한 사고방식이다.”
-‘관심병사’는 군국주의 유산(6월 24일자 경향신문 ‘시론’ㆍ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 ☞ 전문 보기
군이 관심이란 수사를 병사 개인 앞에 붙이는 건 시스템에 대한 무관심을 감추기 위해서다. 결국 병역 제도가 개선되고 병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해법은 기강이 아니라 인권에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고성 사건의 해당 부대원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는 기사가 보인다. 상처가 크든 작든,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들은 피해자다. 조사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 나아가 이른바 보호관심병사 제도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필요하다. 경제적 빈곤, 한부모 가정, 성 소수자…. 분류 기준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사건·사고를 조직의 관리 책임이 아닌 개인의 일탈로 떠넘기는 것일 수 있다. 그토록 보호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라면 그만큼 지속적·집중적으로 상담하고 치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인터넷에는 “면피용 제도다” “비밀이 새나가 따돌림에 활용된다” “20대 소대장·중대장이 뭘 안다고 분류하나” 같은 전역자들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 외부와 단절된 섬과 다름없는 병영에서 젊은이들이 빚는 갈등과 충돌을 관리하고 해결할 책임은 군에 있다. 국가를 믿고 아들들을 군에 맡긴 부모들을 더 이상 배신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우리를 배신했다”(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어쩔 수 없이 징병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모든 군대조직과 문화가 확실하게 완전히 변해야 한다. 세상과 세태의 변화 속도에 군대가 따라가고 있는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한다. (…)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치부해버리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아 죽거나 다친 사병들의 존재는 무엇이 되며 허무하게 아들을 잃은 부모들에겐 이 비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라고 할 것인가.”
-군대, 정말 변해야 한다(한겨레 기명 칼럼ㆍ김선주 언론인) ☞ 전문 보기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는 무능했다. 소신과 책임감, 리더십까지 없는 4무(無)부총리였다. 시장은 그를 무시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경제수장에 대해선 평가가 다르다. 위험하다.
“이명박 정부 첫 경제팀은 ‘강만수의, 강만수를 위한’ 경제팀이었다. (…) 누군가는 그의 독주를 막을 사람이 필요했지만, 경제팀 내에서 감히 실세 수장에게 맞설 이는 없었다. 단언컨대, ‘친박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강 전 장관보다 훨씬 더 막강한 경제팀 수장이 될 것이다. (…) 아직 후보자 꼬리표를 떼지 않았음에도 그의 위력은 이미 유감없이 입증되고 있다. 경제팀 구성원들이 너도나도 알아서 그의 성장 중심 코드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 물론 경제팀 수장의 추진력은 매우 중요하다. 경제팀 간의 소통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력 부족 때문에, 또 소통 부재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운전미숙에 따른 저속은 답답하고 짜증날 뿐이지만, 브레이크 없는 과속은 대형 사고를 부른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경제팀 수장의 리더십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내는 능력이지, 아무런 견제 없는 일방통행 식 독주가 아니다.”
-강만수, 그리고 최경환(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이영태 경제부장) ☞ 전문 보기
“지난주 개각 때 최 후보자는 경제팀 인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안종범 경제수석 발탁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유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안 수석과 윤 장관은 최 후보자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동문 수학한 사이다. 최 후보자는 위스콘신대 한국 총동문회 회장이기도 하다. 여기에 새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강석훈 의원도 위스콘신대 동문이다. 당정 안팎에선 “당·정·청의 경제라인을 위스콘신대 출신으로 묶은 것이 바로 최경환의 힘”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만사경통(모든 일은 최경환으로 통한다)’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쯤 되면 좌장인 최 후보자를 거스르거나 제어할 브레이크가 2기 경제팀 내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되레 자리와 승진에 목매는 공무원 사회의 속성상 충성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사경통’으론 경제 못 살린다(6월 19일자 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