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D조 3차전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의 경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36. 유벤투스)이 위기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후반 36분, 우루과이 수비수 디에고 고딘(29. 마드리드)에게 결정적 헤딩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이탈리아는 우루과이에 0-1로 패했다. 팀은 졌지만 부폰은 FIFA가 선정한 MOM(Man of Match)에 선정되며 아직 죽지 않은 노장의 힘을 과시했다. 같은 팀의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35. 유벤투스) 역시 전반 12분 장기인 무회전 프리킥을 선보이며 우루과이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두 노장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16강 진출을 이뤄내진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브라질 월드컵 예선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어느 덧 30대 중반 이상이 된 노장의 축구 ‘전설'들이 팀의 중추적 역할을 해내며 돋보였다. 하지만 이들도 세월의 힘을 비켜갈 수는 없는 일. 전설들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 축구팬들의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드록신'(디디에 드로그바(37.갈라타사라이)의 애칭)의 조국 코트디부아르 역시 16강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15일 브라질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1차전에서 '드록바 효과'를 아낌없이 발휘한 그였지만 25일 그리스 전에서는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 직후 영국의 스포츠전문매체인 ‘스카이스포츠’는 드로그바에 대해 "최고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혹평과 함께 팀 내 최저 평점인 5점을 부여했다. 그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은 이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겠지만 그는 여전히 '축구의 신'으로 남을 것이다.
카메룬의 살아있는 전설 사뮈엘 에투(33. 첼시)의 플레이도 아마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월드컵 무대에선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17세에 카메룬 대표팀 명단에 오르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월드컵 최연소 선수라는 기록을 세운 그는 이제 대표팀을 이끄는 맏형이 됐다. 지난해 9월 그는 돌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카메룬 폴 비야(82) 대통령까지 나서 설득한 끝에 은퇴 선언을 번복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메룬의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그도 이제 무대를 내려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조별 예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했다. 팀의 주장 완장을 찬 스티븐 제라드(34. 리버풀)와 부주장 프랭크 램퍼드(36. 첼시)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무승'을 기록하며 다소 초라하게 물러나게 됐다.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로 평가 받는 두 선수는 함께 뛰면 유독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둘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부터 함께 대표팀 명단에 올랐지만 8강의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무승을 기록해 '축구 종주국' 타이틀이 무색하게 됐다.
하지만 모든 전설의 스타들이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본국행 짐을 싼 것은 아니다. 우선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의 여전히 화려한 플레이는 16강 전 첫 경기인 27일 미국전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는 22일 가나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역대 월드컵 최다득점자 호나우두(38.은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팬들은 미국전에서도 그의 공중제비 세리머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35. 세레소 오사카)도 16강 전에서 볼 수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골든볼을 수상한 그였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안타깝게도 전설의 위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해 16강전에 진출한 전설들이 뒷심을 발휘해 유종의 미를 거둬주길 전세계 축구팬들은 응원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팬들은 그들의 마지막 모습에 여전히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우한솔 인턴기자(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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