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유가치 창출 시대] 2. IT 기술로 창업희망자·신생기업 돕는다
기업들 사회공헌 활동의 패러다임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개념은 2011년 미 하버드대 마이클 유진 포터 교수와 FSG 마크 크레이머 대표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제안했는데, 경영 활동을 통해 얻은 기업 이익 일부를 좋은 일에 쓰는 CSR과 달리 기업이 공공의 이익 추구라는 목표 속에서 사업 기회도 찾고 교육, 일자리, 환경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이바지한다는 아이디어다. 기업으로서는 CSR 비용은 지출로 여겨지고 예산 규모에 따라 활동에 제약이 있는 반면, CSV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넓은 영역에서 사회와 호흡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앞서가는 기업들은 경영 전략을 짜는 데 있어 CSV를 핵심 이슈로 삼고 있다.
해외 기술 교육으로 일자리 창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러시아 최초의 서비스 엔지니어 전문 교육기관 ‘삼성 기술교육원(S-TEC)’을 세웠다. 모스크바시 정부와 모스크바 통신기술대학과 함께 휴대폰, TV, 가전, 에어컨 등 최신 설비를 갖춘 4개 제품별 실습 교육장을 마련해 제품 애프터서비스(AS)와 조립 기술 교육 과정을 운영해 이를 이수한 교육생에게 공식 자격증을 발급해 주고 삼성이 운영하는 공식서비스센터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 통신 교육 기회가 없었던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기술 습득을 통해 자립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연 4,000명의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로서도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현지인에게 제품 AS 업무를 맡기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윈윈”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미국 유럽, 중국 등에 20개 넘는 정보통신 전문 기술 인력을 양성을 위해 ‘삼성테크인스티튜트’ 라는 이름의 전문 교육 기관 운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각 나라의 실정에 맞춰 선진국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양성을, 개발도상국에서는 제품 서비스, 조립 기술 교육을 진행한 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현지 서비스센터 등에 채용을 통해 해당 국가의 경제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하고 자립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이다.
그 시작은 2011년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세운 엔지니어링아카데미였다. 전문 기술 인력이 턱 없이 모자란 현지 사정을 감안해 제품별 교육이 아닌 1년 동안 통합 교육을 실시했고, 졸업 후 곧바로 엔지니어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2012년 1월 첫 졸업생 40명을 배출했고, 이들 중 일자리를 희망한 24명은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이어 같은 해 2월 케냐, 7월 나이지리아 그리고 지난해에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공대 안에 엔지니어링아카데미를 세워 대학생의 취업 난 해결에 앞장 서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정비기술 교육기관 현대-코이카 드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가나 코포리두아에 첫번째 센터를 세운 이후, 지난해 인도네시아, 올해에는 캄보디아에 잇따라 들어섰다.
자동차 관련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기초과학, 영어 등 기본과목도 가르친다. 현대차는 교사 양성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학비, 기숙사, 교재비 등을 지원한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중고차가 많이 팔리지만 정비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 가나 드림센터는 현지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3년제 공업고등학교로 매년 100명씩 정비생이 나오고, 이들 중 우수 인력은 현지 현대차의 정비사로 채용된다. 현대차는 졸업생에게는 수료 후 창업을 위한 소액 대출 프로그램 지원, 현지 대리점 채용, 인턴십 등도 마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술 교육과 일자리 연계, 소득 창출을 이끌어내 빈곤을 퇴치하는 사회적 해결책을 찾는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또 자동차 재활용 및 폐차 처리 기술을 통한 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시도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몽골 도로교통부와 손잡고 ‘몽골 자동차 재활용센터’ 설립 관련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 엠엘트 지역 3,300㎡ 부지에 세워질 이 센터는 몽골에서 크게 늘고 있는 노후차량 폐차 산업을 지원해 환경 문제도 해결하면서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내 자동차 재활용 및 폐차 전문기업 오토리사이클링센터, 몽골자동차자원순환협회(MoARA) 등도 참여한다.
이경헌 현대차 서비스지원실장은 “몽골서 운행 중인 차량 65만대 중 75% 이상이 10년 이상 된 노후차량인데 이중 상당수가 폐차시설 및 기술력 부족으로 버려진 채로 심각한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남양연구소에 자동차 재자원화 센터를 운영하며 쌓아 온 노하우와 현지 직업훈련센터 운영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맡는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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