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 순위 46위인 일본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축구가 아닌 청소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 월드컵 팀은 지난 14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아이보리코스트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패배 뒤 관중석의 일본 팬 수백 명이 커다란 비닐 백을 하나씩 들고 쓰레기를 담는 모습이 여러 차례 카메라에 잡혔다. 온라인 매체들은 일본 팬들이 자신들의 쓰레기를 깨끗이 치웠다는 짧은 소개 글과 함께 청소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퍼 날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본이 매우 선진화된 사회다’‘나는 축구팬은 아니지만, 일본축구의 팬이다’‘아름다운 관습이다’는 식의 긍정적인 평가가 잇달았다. 일본 팬들의 청소가 일본 팀이 경기에 패한 뒤에 이뤄졌다는 점이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미국인들이 조금은 뜨겁게 반응하는 까닭은 보통 미국에서는 경기장 좌석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게 당연시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뒤 관중석 주변에는 빈 맥주 캔이나, 음식접시 등이 나뒹군다. 이런 미국인들은 경기 뒤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일본 관중들을 보며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들의 쓰레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버린 것까지 치우는 것을 보고 일본 팀이 경기에는 졌지만 일본 팬은 대승을 거두었다는 말도 나온다.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일본 팬들이 박수를 받을만하다”며 “그들은 아름다운 경기를 했다”고 평했다.
일본 팀 서포터스로 이뤄진 일본 팬들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경기가 끝난 뒤 이 같은 청소를 벌여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렇다고 일본 팬들이 늘 이렇게 청소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보면 일본은 이번에 월드컵 민간외교를 톡톡히 한 셈이다. 재미난 것은 한일 간에 외교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워싱턴에서 주미 일본대사관이 대사관 공식 트위터에 이런 소식을 올려 놓고, 일본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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