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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의 시련

입력
2014.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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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그 이유와 과정이 특이하다. 역대 총리 낙마자 대부분은 위장전입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주로 도덕성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교회강연에서 드러난 역사인식에 발목이 잡혔다. 역사적 고난과 시련을 창조주의 준비로, 그 극복을 은사(恩賜)로 여기는 기독교적 인식에서 비롯했을 “일제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등의 언급이 어쩐지 일제 식민사관과 닿아있는 듯하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 그의 발언을 둘러싼 언론의 이런 해석은 인터넷과 SNS 공간에서는 순식간에 ‘친일파’라는 비난이 꼬리를 물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사과는 불필요하다”는 발언도 일방적 해석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여느 때 같으면 그의 발언은 어느 정도 해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공교로웠다.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과 관련, 국민의 대일 반감이 한창 무르익은 때였다. “일본 총리 후보냐”는 비아냥까지 불렀다.

▦ 이런 국민의 정서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문 후보자의 지적처럼 언론의 초기 보도가 엄밀한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그의 보수적 정치색을 겨냥한 진영논리에 편승한 것일 수 있다. 또 야당의 무조건적 정권 흠집내기 공세의 성과일 수도 있다. 워낙 강경한 야당의 자세가 여론은 물론이고, 여당의 자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임명동의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청와대의 선택은 문 후보의 자신사퇴를 기다리거나 지명을 철회하는 것뿐이었다.

▦ 문 후보자는 예상과 달리 ‘여론재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버텼다. 그러나 거듭된 그의 해명과 항의는 여론에 당랑거철(螳螂拒轍)처럼 우스꽝스럽게 비쳤다. “앞서 사퇴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말이 총리실 주변에서 나돌았다. 다른 낙마자라고 억울함이 없었을까. 다만 기울어진 여론을 뒤집을 수 없고, 임명권자의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고 훌쩍 떠났을 뿐이다. 건국훈장까지 추서된 독립유공자 조부를 확인했으니, 아무 성과 없는 버티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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