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두 달 가깝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홍원 총리의 ‘시한부 총리’역할이 또 한 차례 연장됐다. ‘영(令)’이 안 서는 내각 수장의 지휘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정 공백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4월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수습 후 사표 수리’방침을 밝히면서 시한부 총리 역할을 시작했다. 정 총리는 격주 화요일 국무회의와 매주 목요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세월호 참사 현장 등을 방문하면서 퇴임을 기다렸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잇따라 낙마하면서 정 총리는 짐을 싸지도 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시한부 기간이 길어지면서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7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교체 대상 장관들을 향해 유종의 미를 거둬달라고 당부했지만 24일 박 대통령을 대신해 다시 한번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지난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정 총리는 교체가 확정된 장관들과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맥 빠진 답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정부질문에 나선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그만두는 총리와 장관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발언대에 나오게 해서 질의하기가 좀 미안한다”며 질문을 시작하기도 했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총리실을 중심으로 정 총리 유임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두 번 연속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조직 내부의 피로감이 급속도로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선 더 이상의 국정 공백은 안 된다는 차원에서 정 총리가 유임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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