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결국 인수 포기, 산은 "동부발전 먼저 입찰" 구조조정 더 지연되면 벼랑끝, 채권단 "공동관리 자율협약" 시장 영향 제한적이라지만 자칫 개인투자자 피해볼 수도
동부그룹을 유동성 위기에서 구해낼 핵심 자구계획으로 평가됐던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ㆍ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개별 매각에 나서는 한편, 동부제철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통한 정상화 추진을 요청했다. 채권단 손에 넘어간 동부그룹의 운명은 다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 패키지의 인수 검토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권 회장은 “인수 시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3월 포스코에 동부 패키지 인수를 제안했고 포스코는 서류 검토와 현장실사 작업을 벌여 왔다. 당초 동부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5,000억원 가량을 기대했지만, 포스코의 평가액은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 산업은행은 패키지 매각방안을 접고 다시 개별 매각으로 전환키로 했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이날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경쟁입찰을 통한 개별 매각으로 전환해 처분하겠다”며 “우선 6월 중 동부발전당진을 먼저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잠재 인수의향자가 많아 매각이 수월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이다. 류 부행장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채권단 및 동부그룹과 협의해 향후 추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 결국엔 중국 등 해외 철강업체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동부그룹의 유동성 확보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당장 동부제철은 8월에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당연히 구조조정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워크아웃의 전 단계지만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는 높은 구조조정 방식인 자율협약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기업의 채무 상환이 일정 기간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단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향후 구조조정은 철저하게 채권단 주도로 진행된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부진할 경우 김준기 회장이 “죽어도 못 내놓는다”고 버티는 동부화재의 경영권까지 내놓아야 되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은 여전히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13.29%)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다.
겉으로 내색은 않지만 동부그룹 내부에선 잔뜩 불만이 흘러 나온다. 산업은행이 동부제철을 경쟁입찰을 통해 개별 매각하자는 동부 측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패키지 매각에 나섰다가 석 달 이상을 허비했기 때문. 일종의 당근으로 알짜 매물인 동부발전당진까지 패키지로 묶었지만 허송세월만 한 것이다. 그 사이 기업가치는 더 떨어지고 재무구조만 악화됐다. 산업은행이 오히려 동부의 구조조정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긴급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동부제철 자율협약 추진에 따른 시장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동부그룹 내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가 단절돼 있어 금융계열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3월말 기준 동부제철 발행 회사채와 일부 CP의 투자자는 1만 1,724명으로 이중 97.3%인 1만 1,408명이 개인투자자여서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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