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발표에 친일 멍에 벗었다 판단
"국정운영 부담주지 않겠다" 朴대통령과 조율 뉘앙스
그간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결국 자진 사퇴를 한 것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더 이상을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 일각마저 등을 돌린 마당에 국회 표결을 통한 동의 절차를 통과하기 어렵고, 각종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어서 향후 총리 직무 수행의 동력을 잃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문 후보자의 지인도 “문 후보자도 여러 상황을 모르지 않았고, 더 버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여권 일각의 사퇴 압박에도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국회 통과 보다는 자신에 덧씌워진 ‘친일’ 멍에를 벗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얘기가 많았다. 정부서울청사 별관 집무실 출ㆍ퇴근길에서 각종 논란을 적극 해명한 데 이어 문 후보자의 조부와 독립유공자 문남규 선생이 동일인으로 추정된다는 국가보훈처의 발표가 나오면서 문 후보자로선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가 문 후보자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박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재가 보류가 사실상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메시지였으나, 문 후보자는 “(여권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대통령의 뜻을 기다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여권이 양해도 구하지 않고 사퇴 압박해온 데 상당한 불쾌감을 가졌던 문 후보자로서는 박 대통령으로서 직접적인 양해 메시지를 받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후보자의 기자회견이나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미뤄보면 양 측이 어느 정도 의견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문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언론과 정치권에 날을 세우면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박 대통령도 문 후보자 기자회견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문 후보자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문 후보자는 또 이날 오전 10시에 사퇴 기자회견을 갖기에 앞서 청와대에 기자회견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임명동의안 재가 보류’ 이후 청와대와 문 후보자가 소통 부재로 대립하는 양상을 빚기도 했으나, 마무리는 양측이 조율된 상태에서 이뤄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셈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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