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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 학생들, 트라우마 딛고 증인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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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 학생들, 트라우마 딛고 증인으로 나선다

입력
2014.06.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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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체육관 운동장에 이륙준비 중인 군 헬기에 이날 새벽 세월호 3층 선체에서 수습된 단원고 여학생의 시신이 예를 갖춘 군 장병의 손에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체육관 운동장에 이륙준비 중인 군 헬기에 이날 새벽 세월호 3층 선체에서 수습된 단원고 여학생의 시신이 예를 갖춘 군 장병의 손에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생존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친구들을 배 안에 두고 빠져 나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학생들은 최근 머물던 숙소에 화재 대피안내방송이 울렸을 때 그 자리에 얼어붙어 건물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픔을 딛고 ‘그날’의 진실을 위해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기로 했다.

24일 오전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의 아버지 오모씨는 사고에서 살아 남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생하게 전했다.

재판 시작 직후 재판부에 의견 진술을 요청한 오씨는 “일요일(22일) 저녁에 숙소에 화재감지기가 오작동해 사이렌이 울리고 시각경보기가 쉴새 없이 반짝거렸다”며 “곧바로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비상구를 통해 대피하라’는 방송이 서너 차례 나왔을 때 어떤 아이들은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다 다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주저앉아 꼼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어 “(화재경보기 오작동 소동)이후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화재 대피방송이 배 안에서 들었던 ‘대기하라’는 선내방송과 비슷해, 그때 생각이 떠오르고 친구들을 (배 안에)놓고 나왔다는 죄책감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다”며 “당시 놀라서 119에 실려간 학생들도 있고 부모들도 놀랐다”고 강조했다.

오씨는 또 생존 학생들이 아픔을 딛고 세월호 선원들 재판에 사고 당시 구조상황 등에 대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 증인으로 나서겠다는 얘기도 대신 전했다. 오씨는 “살아 있는 학생들이 친구들을 생각해서 (그 누구보다)더 간절하게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됐다”고 전한 뒤 “다만 선원들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학생들의 아픔을 고려해 광주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증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단원고 생존 학생 10~20여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달 28~3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진행키로 했다. 재판부는 “생존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대부분 안산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다,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법정 외 증인신문’과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 방식으로 증언을 듣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현재 심리상태와 사생활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해 법정이 아닌 별도의 화상증언실에서 비공개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또 내달 22일과 23일에는 세월호에 승선했다가 생존한 일반인 승객과 단원고 교사들을, 8월 12일과 13일에는 사고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 소속 해경 13명을 증인으로 불러 증언을 듣기로 했다.

한편 이날 오전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재판부는 오후에 곧바로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첫 공판을 열어 세월호와 쌍둥이 여객선인 오하마나호의 현장검증(30일)을 위해 검찰이 제출한 오하마나호 검증조서 등에 대한 증거 조사를 실시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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