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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4일 칼럼 읽기] '개천에서 용' 이젠 없다

입력
2014.06.2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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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수도권 입시 학원 외벽에 걸린 특수목적고 진학 강좌 홍보 목적의 현수막을 목격하는 건 흔한 일이다. 사진은 2009년 10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학원가 풍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언젠가부터 수도권 입시 학원 외벽에 걸린 특수목적고 진학 강좌 홍보 목적의 현수막을 목격하는 건 흔한 일이다. 사진은 2009년 10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학원가 풍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서열이 아니다. 유교권은 위계 사회다. 공정의 관건은 상승 수단이 있느냐다. 반상(班常) 붕괴 뒤 계급 이동은 흔했다. 교육이 사다리였다. 그걸 치우려 세운 게 귀족학교다.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이 개시, 확대된 영향으로 이제 검사장들의 출신고교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 하지만 몇 십 년이 지나면 주요공직자들의 이력은 다시 몇 개 고교로 축소될게 뻔하다. 이미 지난해 기준 대원외고 출신 현직 판ㆍ검사는 129명으로 경기고(55명)를 압도했다. (…) 그 표가‘경기고-경기고-서울고’로 이어지는 표보다 더 걱정스러운 이유는 계급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비평준화 시대의 공교육은 최소한 집안 사정으로 차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재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의 학비는 일반고보다 약 3~8배 비싸다. 웬만한 대학 등록금과 같다. 공교육 제도가 ‘(대학 가는데 더 유리한) 좋은 고교 입학은 집안에 돈 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 노골적인 ‘커밍아웃’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충격이었다. (…) 무엇보다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공교육을 집안사정으로 차별하는 제도부터 하루빨리 재검토했으면 한다. (…) 2000년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에 위헌을 내리고 사교육의 고삐를 완전히 풀어줬을 때,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냈던 이영모 재판관은 결정문 말미에 ‘이번 결정은 수많은 학부모와 자녀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안타까움과 위축감을 느끼고 허탈감과 좌절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며 ‘이 결정이 어린 그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 혼자만의 기우이자 노파심이기를 바랄 뿐이다’고 맺었다. 이 전 재판관의 걱정에 더해, 지금 아이들은 사교육뿐 아니라 공교육에서도 그것을 느끼고 있다.”

-고등학교와 계급(한국일보 ‘36.5°’ㆍ이진희 사회부 기자) ☞ 전문 보기

“교육감 선거가 끝난 뒤 조희연 당선자의 입에서 나온 일성(一聲)은 “제2의 고교평준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실질이다. 학부모들의 인식 속에 평준화는 오래전에 무너진 탑이다. 그렇다면 제2의 평준화란 무엇인가. 조 당선자는 자사고 폐지를 제2의 평준화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 만약 자사고 폐지가 전부라면 제2의 평준화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문제의 핵심은 특수목적고, 그중에서도 외국어고에 있다. 외고가 평준화 붕괴의 주역이고 사교육 경쟁의 진원지라는 것은 이 땅에서 자식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외고가 명문대 입학의 지름길로 통하면서 외고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중학교와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내려가 있다. 자사고 폐지의 명분이 입시위주 교육과 고교 서열화라고 한다면, 외고는 자사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외고의 설립목적은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이다. 하지만 이게 허울 좋은 명분이라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 하지만 교육부나 대학에서 제재하기는커녕 반대로 내신특혜나 수능우대를 해줬다. (…) 그렇게 30년을 지나는 사이 외고는 평준화 이전의 명문고 이상 가는 엘리트 학교가 됐고 반대로 일반고는 갈수록 슬럼화해갔다. (…) 한국의 파워 엘리트 중에서 자녀를 일반고에 보낸 사람은 눈 씻고 찾아야 할 정도로 드물다. 학생의 학력 수준은 물론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까지 모든 면에서 일반고와는 차원이 다른 집단, 그게 바로 지금의 외고다.”

-제2의 고교평준화시대(경향신문 ‘경향의 눈’ㆍ이종탁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집착은 비정상이다. 선택의 여지가 옹색해진다. 지금 정권의 행태가 그렇다. 민주정(政)이 비효율적이라고 아예 절차를 없애는 게 정상인가. 주체가 비정상이면 정상화는 비정상화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성과가 꽤 컸다. 3개국은 모두 자원부국이고 지정학적 의미가 큰 요충국들이다. (…) 자신은 밖에 나가 나라를 위해 뼈가 부셔져라 애 쓰는데 국내에서 받쳐주기는커녕 태클이나 걸고 너무들 한다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정은 어차피 허들경기다.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견제와 태클은 방만하고 허술한 구석들을 흔들어 보다 단단한 기반 위에서 나라를 이끌어 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과거 새누리당이 야당이던 시절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구사했던 태클에 비해 지금 야당의 강도가 더 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 하여 박 대통령이 현재 처하고 있는 상황, 즉 외치에서 이룬 성과가 내정에서의 고전으로 빛이 바래는 상황을 야당과 진보진영의 태클 탓만으로 돌려서는 안 될 일이다. (…) 월드컵 국가대표가 알제리와 경기에서 전반에 슈팅 한번 못 날리는 졸전을 펼치다 결국 4대 2로 참패하자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다. 러시아에 이어 알제리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박주영 원톱을 고집하는 홍 감독의 모습에서 계속되는 인사실패에도 김기춘 비서실장을 감싸는 박 대통령의 모습이 어쩔 수 없이 오버랩 된다. (…)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박 대통령에게 전혀 새로운 용병술을 요구하고 있다.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인 소통과 상생 마인드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인물이 지금 박 대통령에겐 필요하다. 거듭되는 인사실패는 물론이고 외치와 내치의 괴리를 극복하는 길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외치와 내치 사이(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계성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권력 내부에 비정상적인 것들이 없는 게 아니다. 국가개조를 청와대가 독점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국가개조를 이끌 내각 인사를 핵심세력이 성급히 천거해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까운 인물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는 것은 비정상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상심(傷心)을 두 달여 방치해두는 것도 비정상이고, 그 와중에 약진한 진보를 강경 보수로 제압하려는 것도 비정상이다. 현 정권의 초상화에 이런 얼룩이 번지면 정상국가로의 길은 멀다. 불법과 반칙에 싸움을 걸었던 노무현 정권도 그랬다. 필자가 ‘적의(敵意)의 정치’라 명명했던 그 정치양식은 오히려 적을 양산했고 정치전선을 확대했다. 너무나 소란했지만 결실이 적었던 정치과잉의 시대였다. 지금은 정치결핍의 시대, 정치실종의 시대다. ‘은밀한 적의’가 은밀하게 조직되는 시대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기획하는지 모른 채 결과만 통보받는 시대다. 정치(政治)가 통치(統治)로 변질되는 위험을 간파한 국민들이 민주정치를 찾아 헤매기 전에 먼저 권력을 옥죈 비정상의 동아줄을 끊어야 한다.”

-권력을 옭아맨 동아줄(중앙일보 기명 칼럼ㆍ송호근 서울대 교수)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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