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도 수시로 폭행
단순 변사 처리됐던 네 살배기 딸의 사망이 뒤늦게 친부와 계모의 반복적 학대 때문으로 밝혀져 친부와 계모가 법정에 서게 됐다. 아이 사망 후 학대를 목격했다는 이웃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주지검은 친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 등)로 장모(35)씨를 구속기소하고, 동거녀 이모(36)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해 9월 21일 전주시 자택에서 ‘잠을 자지 않고 떼를 쓴다’는 이유로 당시 4살이던 큰딸을 때려 목욕탕 바닥에 넘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큰딸은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외상성 뇌출혈을 입고 한 대학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으나 이틀 뒤 뇌간압박으로 숨졌다.
하지만 그는 “큰딸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이마를 바닥에 부딪쳐 숨졌다”고 속여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 1,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현행 약관에는 보험계약자나 수익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장씨는 지난해 5월부터 ‘바지에 대소변을 봤다’ ‘이유 없이 운다’ ‘손?발톱을 물어뜯는다’는 등의 이유로 큰딸과 작은딸(당시 2세)의 뺨과 엉덩이 등을 수시로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장씨의 폭행은 전 부인과 별거하고 이혼소송 중이던 지난해 3월 애인 이씨와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도 지난해 6월 큰딸을 햇살이 내리쬐는 베란다에 2시간 이상 세워두고, 지난 3월에는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작은 딸을 수 차례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큰딸이 다니던 유치원 교사가 팔다리에 멍이 든 것을 이상히 여겨 전화를 해오자 “훈육 차원에서 혼냈다”고 둘러댄 후 유치원을 옮겼다. 큰딸은 아버지의 체벌이 반복될 때마다 유치원을 2~3차례 옮겨다녔다.
변사로 묻힐 뻔했던 큰딸의 학대 치사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평소 장씨가 두 딸을 심하게 체벌하는 모습을 봐왔던 전처 지인들이 ‘큰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지난 5월 전주의 한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아동보호기관은 장씨의 집에 실태조사를 나가 작은딸의 몸에서 학대 흔적을 발견한 뒤 장씨와 아이를 격리시키고 경찰에 학대 사실을 알렸다.
결국 경찰의 재조사가 진행되면서 장씨의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장씨는 큰딸이 혼자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주장했지만 머리 상처가 강한 물리력에 의해 생긴 것이라는 의사 소견을 토대로 정밀 수사를 벌여 친부의 폭행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장씨는 여전히 “딸들을 훈육 차원에서 몇 차례 가볍게 때렸을 뿐이고 큰딸이 스스로 바닥에 넘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정에서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