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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그리고 최경환

입력
2014.06.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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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명박 정부 첫 경제팀은 ‘강만수의, 강만수를 위한’ 경제팀이었다. 면면을 보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 전광우 금융위원장 그리고 이윤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나름 다 쟁쟁한 인물들이었지만, 무릇 힘은 대통령과의 거리에서 나오는 법이다. 강 전 장관은 대통령과 같은 교회(소망교회)에서 인연을 맺고, 같은 위원회(당시 한나라당 미래경쟁력위원회)에서 일하고, 또 산하기관장(서울시장-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기재부는 부총리 부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에서 강 전 장관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했다. 그는 ‘747 공약’(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경제 7대 강국 진입)을 골자로 하는 ‘MB노믹스’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환율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나라가 없다”는 취임간담회를 시작으로 고환율 정책을, 또 대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면 대기업이 거둔 이득이 중소기업과 가계에 까지 흘러 들어간다(낙수효과)며 부자감세를 밀어붙였다 여론은 그의 주장에 철저히 등을 돌렸지만, 그의 고집은 셌다. 누군가는 그의 독주를 막을 사람이 필요했지만, 경제팀 내에서 감히 실세 수장에게 맞설 이는 없었다.

단언컨대, ‘친박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강 전 장관보다 훨씬 더 막강한 경제팀 수장이 될 것이다. 대통령과의 거리로 따지자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테지만, 이렇게 말하는 데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똑 같은 경제팀 수장이지만 한 사람은 장관이고 또 한 사람은 부총리다.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 자체가 다르다. 경제팀 내에서의 입지도 확고하다. 위스콘신대 인맥으로 불리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추천한 것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그대로 눌러 앉힌 것도 모두 최 부총리 후보자란 것이 정설이다. 경제팀 인사를 사실상 최 부총리 후보자가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더구나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으로 대통령과의 관계뿐 아니라 당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정책 추진에서 여당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 적어도 부자감세나 고환율 정책 등을 놓고 당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강 전 장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부분은 평가가 엇갈리긴 하겠지만, 정책에 대한 감(感)도 최 부총리 후보자가 강 전 장관보다 나을 거라고 본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공백기를 거쳤던 강 전 장관과 달리 최 부총리 후보자는 내각(옛 지식경제부 장관)에서든 정치권에서든 현장과 호흡을 했으니까.

아직 후보자 꼬리표를 떼지 않았음에도 그의 위력은 이미 유감없이 입증되고 있다. 경제팀 구성원들이 너도나도 알아서 그의 성장 중심 코드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빗장이라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최 부총리 후보자가 완화 방침을 밝히자 그 동안 반대 입장을 밝혀 오던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동조하고 나섰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이 적발된 건설사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동산 경기 부양에 맞장구를 쳤다.

이쯤 되니 시장에서는 최경환 경제팀이라면 경기 부양을 위해서 못할 것이 없다는 식의 기대 섞인 예측을 쏟아낸다. 결국에는 한국은행마저 굴복시키며 금리 인하까지 갈 것이라느니, 법적 근거를 무너뜨리며 추경 편성까지 할 것이라느니.

물론 경제팀 수장의 추진력은 매우 중요하다. 경제팀 간의 소통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력 부족 때문에, 또 소통 부재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운전미숙에 따른 저속은 답답하고 짜증날 뿐이지만, 브레이크 없는 과속은 대형 사고를 부른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경제팀 수장의 리더십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내는 능력이지, 아무런 견제 없는 일방통행 식 독주가 아니다.

이영태 경제부장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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