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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짐 싸기 전에 자존심은 챙겼다

입력
2014.06.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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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서 호주 3-0 대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1위이자 2010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이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62위)를 제압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스페인은 24일 브라질 쿠리치바의 바이샤다 경기장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최종전인 3차전에서 호주를 3-0으로 꺾었다. 이번 대회 첫 16강행 탈락국이라는 불명예를 쓴 스페인에게는 뒤늦은 승전보였다. 스페인은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챙겼으나 앞선 네덜란드와 칠레에게 7실점(1득점)을 하며 패해 B조 3위로 브라질 월드컵을 마쳤다.

스페인은 앞선 경기에서 부진했던 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등 주전선수들을 대거 선발명단에서 제외했다. 대신 공격진에는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다비드 비야(뉴욕 시티)와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를 넣어 투톱 체제를 이뤘고,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산티 카소를라(아스널), 후안 프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그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던 선수들을 넣었다. 스타플레이어들의 고별 무대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신예 선수들에게 무적함대의 명맥을 잇도록 하겠다는 의미에서였다.

스페인의 선제골은 전반 36분 비야에게서 나왔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가 패널티 라인 우측에 자리잡은 호주 수비수 뒷편으로 뛰어든 후안 프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패스했고, 프란은 골문 중앙을 향한 비야에게 수비수 가랑이를 통과하는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비야는 오른쪽 발뒤꿈치로 방향만 틀어 첫 골을 뽑았다. 스페인의 대회 첫 필드골이었다.

후반 24분에 터진 스페인의 두번째 골도 이니에스타에게서 시작됐다. 이니에스타는 오른쪽 골 지역에서 파고드는 토레스에게 상대 수비수 사이로 패스했다. 토레스는 오프사이드 트랩에서 벗어나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오른발로 슈팅을 쐈다. 후반 37분에는 후안 마타(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마지막 골을 넣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골이 터져도, 팀 승리에도 환호하지 못했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전패를 당한 적이 없었던 스페인은 이렇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호주는 16강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난 탓인지 앞선 2경기에 비해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상대를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다. ‘호주의 박지성’으로 불리는 팀의 정신적 지주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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