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간격 릴레이 개봉 정면충돌 사극과 바다 배경, 차별화 쉽지 않아 상영관 확보 등 마케팅 난타전 예고 자칫 승자 없는 나눠 먹기 참패 우려
벌써 뜨겁다. 대전이 따로 없다. 관계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대진표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올 여름 한국영화 흥행 대전은 작품 면면만으로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관객은 골라보는 재미에 즐겁겠지만 관계자들에겐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여름이다.
‘빅4’라 할 충무로 대형 투자배급사 네 곳에서 대표 영화 하나씩을 출전시킨다. 쇼박스의 ‘군도: 민란의 시대’가 7월 23일 먼저 링에 오른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스타 감독의 입지를 다진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다. 하정우와 강동원를 내세워 조선시대 의적과 탐관오리의 대결을 그린다. 7월 30일엔 CJ E&M 영화부문의 ‘명량’이 개봉 바통을 잇는다. ‘최종병기 활’을 흥행시킨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전후를 다룬다. 뜨거운 연기의 대가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하고 류승룡이 왜군 장수 구루지마를 맡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8월 6일 극장가에 들어선다. ‘댄싱퀸’의 이석훈 감독 작품이다. 손예진과 김남길 등이 고래가 삼킨 조선 옥새의 행방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8월 13일엔 지난해 한국 영화 배급 1위에 오른 뉴(NEW)가 ‘해무’를 선보인다. 김윤석과 박유천이 안개 낀 바다를 배경으로 밀항자를 나르던 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이끈다. 심성보 감독의 데뷔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네 작품은 모두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제작비가 100억원을 넘는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100억대 충무로 영화 네 편이 한꺼번에 여름 극장가를 찾은 적은 없다.
올해 여름 극장가 대전은 3편의 100억대 영화가 나와 각축했던 2011년을 떠올리게 한다. ‘퀵’(감독 조범구)과 ‘고지전’(감독 장훈)이 그 해 7월 20일 동시 개봉했고 3D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가 2주 뒤인 8월4일 관객 공략에 나섰다. 세 작품의 흥행 성적은 미지근했다. ‘퀵’이 312만5,06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고 ‘7광구’는 224만2,510명이, ‘고지전’은 294만5,161명이 각각 관람했다. 세 영화는 겨우 본전 수준이었거나 적자를 봤다. ‘퀵’과 ‘고지전’이 맞대결을 펼치며 결국 출혈 경쟁을 벌인 꼴이 됐다는 뒷말이 따랐다. 그 해 여름의 승자는 다크호스라 여겨지던 중대형 영화 ‘최종병기 활’(747만633명)이었다.
올 여름 대작 영화 네 편은 릴레이로 개봉한다. 모두 일주일 간격이다. 4주 동안 100억 영화 4편이 극장을 찾는다. 7일이라는 완충기를 각각 뒀지만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영화계에선 네 작품이 맞물리며 서로의 흥행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눠먹기식 지리멸렬 흥행으로 3편의 블록버스터가 씁쓸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던 2011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네 영화는 사극과 바다, 두 단어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 ‘명량’과 ‘해적’, ‘해무’는 바다를 주요 배경으로 삼았고 ‘군도’와 ‘명량’, ‘해적’은 사극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앞세우고 있으나 보통 관객에겐 그 밥에 그 나물로 비칠 수 있다. 네 영화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 난타전을 벌이다 보면 차별화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승자가 있고 패자도 나올 것이다. 올 여름 극장가도 냉혹한 시장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다. 관객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든 충무로는 흥행대전이 끝난 뒤 올 여름을 잘 되돌아봐야 할 듯하다. 개봉 시기도 일종의 전략인데 제살 깎아먹기식 상영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한국영화의 꺾임세가 눈에 띄는 요즘이다. ‘내가 흥행 왕이 될 것’이라는 오만,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독선은 경고음 켜진 충무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지 모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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