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경기서 결승골 '유종의 미'
다비드 비야(33ㆍ뉴욕시티)는 ‘무적함대’ 스페인의 전성기를 맨 앞에서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각각 4골, 5골을 몰아쳐 스페인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비야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국가대표 은퇴 무대라고 공언했다. 자신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붉은 유니폼을 벗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막상 월드컵 본선에 들어가자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비야를 외면했다. 비야가 벤치만 달구는 사이 스페인은 2연패로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했다.
비야는 24일(한국시간) 브라질 쿠리치바의 바이샤다 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대회 B조 3차전에서 마침내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전반 36분 동료의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뒤꿈치로 살짝 방향만 바꿔 골로 연결 짓는 절정의 감각을 선보였다. 은퇴 경기에서 나온 값진 결승골이다.
계속 그라운드를 누빌 것 같았던 비야는 후반 23분 교체된 뒤 벤치에서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눈물을 흘렸다. 역대 스페인 선수 중 A매치 최다인 59골을 터트리고 ‘무적함대’의 전성기를 경험했던 그였기에 은퇴의 아쉬움과 브라질 대회 참패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착잡함은 더욱 컸다.
비야는 팀의 3-0 승리를 이끌면서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그는 경기 후 “스페인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으로 가득했다”며 “첫 두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우리가 해낸 것들과 작별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더 많은 것을 원했음에도 일찍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 같아서는 55세까지 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또 “내가 가진 최다골 기록이 머지않아 깨지기를 바란다”면서 “누군가에 의해 내 기록이 깨진다는 것은 내게 특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시티에서 뛰기로 한 비야는 오는 10∼12월에 호주 프로축구 멜버른 시티에서 임대로 10경기를 뛸 계획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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