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와 불화·기수 열외 같은 따돌림이 원인 추정
동부전선 22사단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사망 5명ㆍ부상 8명)의 사상자를 낸 임모(22) 병장이 과거 따돌림으로 인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군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상태 호전ㆍ병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탄을 지급받는 GOP 근무에 심신이 불안정한 관심병사를 보내 군의 안일한 병력관리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23일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임 병장의 할머니 허모(75)씨는 “손주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9년 수업이 끝나면 수원의 병원에 들려 우울증 치료를 3,4개월 정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는 반 친구들의 괴롭힘이 날로 심해졌을 때로, 임씨는 결국 같은 학년 2학기 때 자퇴했다.
이 학교 교사 이모씨는 “3학년 학기 첫 날 출석부에 임씨의 이름이 있었지만 학교에 오지 않았고, 대신 아버지가 찾아와 상담을 했었다”며 “당시 임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학교에 다닐 수 없다’면서 치료를 마친 뒤 복학ㆍ재입학하는 방안에 대해 1시간 동안 물어보고 갔다”고 했다. 군 관계자 역시 “임 병장은 입대 후 실시한 표준인성검사(KMPI)에서 우울증 증세가 있는 것으로 나와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B급 판정이 나온 2차 인성검사 결과와 “부분대장을 시켰더니 말수가 늘고 상태도 나아졌다”는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임 병장을 GOP 근무에 투입했고, 결과적으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참사를 초래했다. 국방대 관계자는 “3,4차례의 인성검사만으로 개인의 성향ㆍ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며 “임 병장의 경우 상태호전과 상관없이 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관심병사 등급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군사학과 교수는 “과거 이력과 입대 후 줄곧 관심병사였던 점으로 미뤄볼 때 간부와의 불화나 기수열외 같은 병사들 간의 따돌림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계급이 높을수록 기수열외를 당했을 때 느끼는 모멸감과 스트레스가 큰데, 이것이 고교 시절 우울증ㆍ따돌림 경험과 맞물려 불씨를 지폈다는 것이다. 기수열외는 후임들이 상급자에게 선임 대우를 하지 않는 군대 안에서의 집단 따돌림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군이 끊이지 않는 총기사고를 해결하려면 단발성 인성검사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이력을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효선 청주대 군사학과 교수는 “학력, 자격증 등을 중요시하는 현재 징병제에서는 총기사고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력관리시스템 등을 만들어 학교 학적부 등을 통해 개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수원=남태웅기자 hunting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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