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63) 회장이 시가 60억원대 청화백자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도 출처가 불분명한 토기 등을 국가 보물로 지정해 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받아 챙긴 사기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서봉규)는 2006년 6월 진모씨로부터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사진)를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관하다 그 해 10월쯤 진씨의 허락 없이 H박물관을 운영하는 윤모씨에게 판매한 혐의(횡령)로 김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검찰에서 ‘윤씨에게 맡긴 것일 뿐 판 것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김씨가 고미술품 20점과 함께 도자기를 34억원을 받고 판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는 조선시대인 15세기 말이나 16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궁중에서 장식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업계는 이 작품이 조선시대 초기 청화백자의 전형적 도자기로 소나무, 대나무, 매화, 11명의 인물그림이 새겨진 희소성을 감안해 6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박물관에서 전시가 됐을 당시 현직 원로 국회의원도 구매 의사를 밝힐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었다.
김씨는 또 2008년 8월 피해자 홍모씨에게 “30억원 상당의 진귀한 보물인 청자 ‘진사체 연봉 주전자’가 중국에서 매물로 나왔는데 3억5,000만원이면 매입이 가능하고 3개월 내 되팔아 2억원의 수익금을 줄 수 있다”고 해 4억1,000만원을 받아 챙긴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2009년 4월에는 홍씨에게 팔기로 한 중국과 한국, 일본의 황실유물들이 가짜인 것이 들통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계약금과 함께 과거에 준 돈을 합쳐 진사체 연봉 주전자를 진짜 살 수 있다”고 꾀여 2억2,000만원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실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씨는 1997년 3년 임기의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에 선임된 뒤 지난 2012년 회장직을 연임하는 등 17년째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김씨는 고미술계의 대표적인 ‘큰손’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2012년 5월 도굴 문화재를 거래하고 가짜 문화재를 진품으로 허위 감정하도록 협회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크고 작은 비위 사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씨는 “청화백자의 경우 진모씨가 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겼다가 공매처분될 상황이 되자 내가 담보액 23억원을 대납하고 진씨와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해 도자기 소유권을 넘겨받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이어 “원래 이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는데, 진씨가 항고하자 1년이 지난 시점에 검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소를 제기했다”며 “법정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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