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복직 집회 참가자 교통방해죄 항소심서 무죄 "집회 자유의 권리에 해당" 세월호 집회도 115명 연행 무리한 공권력 비난 확산
집회ㆍ시위 참가 중 도로를 점거했어도 차량 통행을 현저히 방해하지 않았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추모집회 당시 참가자 100여명을 무더기로 연행하는 등 최근 경찰의 무차별 입건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부장 한영환)는 쌍용차 해고자 복직 요구 집회에 참여했다가 도로를 점거해 차량의 교통을 방해한 혐의(일반교통방해죄)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46)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6월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 요구 집회’에 참여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집회 참가자 1,500여명과 함께 서울 중구 대한문을 향해 행진하다 충정로 로터리 인근 3차선 도로를 5분간 점거한 혐의로 다른 참가자 292명과 함께 경찰에 입건됐다.
1심 재판부는 ‘도로 교통 방해가 인정된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지만, 김씨는 “차량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도로를 막지 않았고,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에 해당하는 일로 위법성이 없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죄는 도로를 부수거나 차량 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때 성립하는데 김씨의 행위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도로를 점거한 집회 시위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법 위반 혐의로 무차별 연행해왔다. 한 예로 서울경찰청은 5월 17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당초 신고된 경로를 800여m 벗어나 서울 중구 현대 사옥 앞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던 참가자 115명을 연행, 일반교통방해죄와 해산명령 불응 혐의를 적용해 사법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종보 변호사는 “경찰이 2008년 촛불 집회부터 현행범 체포가 가능한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집회 시위를 통제해 왔다”며 “비폭력 집회에다 참가자가 많아 우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도 법을 무차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지적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공익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인파에 몰려 불가피하게 도로를 걷게 된 집회 참가자들을 사법당국이 탄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ㆍ시위의 자유가 침해 당하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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