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빚더미 기관도 점수 제각각 희비 엇갈려 괘씸죄·봐주기說도 난무
‘1년 만에 A등급에서 E등급으로 추락, 같은 부채과다기관도 성과급 차등, 국책사업 빚더미 기관도 점수 제각각.’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고강도 공기업 개혁과 맞물려 어느 때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혼란과 반발만 거세지고 있다. 고무줄 잣대, 국민감정에 편승한 편파 판정, 봐주기와 괘씸죄 적용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경영평가의 공신력은 크게 훼손됐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3년도 공공실적 경영평가에서 부채과다기관이면서 성과급 지급대상(C등급이상)인 한국전력(C)은 성과급이 50% 깎이는 반면, 예금보험공사(C)는 모두 받는다. 부채과다기관 선정일이 다른 탓이다. 2013편람(경영평가 기준)상 10개이던 부채과다기관은 지난해 말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발표 이후 18개로 늘었다.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장학재단,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6개를 추가한 것이다. ‘성과급 50% 삭감’이란 편람 조항은 10곳에만 적용됐다. 공교롭게도 예보는 옛 재무부 출신 사장 등 임원의 64%가 관(官)피아이고, 장학재단 이사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지낸 친박(親朴) 인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안전관리 강화 분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다. 전년도 평가에서 최고등급(A)을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재무상태 등이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도 이번에 최저등급(E)으로 4단계나 추락했다. 공공기관 평가 잣대가 국민 여론에 휘둘린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MB 정부의 국책사업에 동원된 기관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4대강 사업으로 빚더미에 오른 수자원공사는 전년과 동일한 B등급을 받은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내려갔다. 이러니 공공기관 사이에선 “평가가 아니라 협박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등의 불만이 쏟아진다.
2년 연속 낙제(D)로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남궁민 KTL 원장은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냈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 원장은 지난해에도 기관장 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평가가 상식에 어긋난다며 이의제기를 했다. 이 때문에 괘씸죄에 걸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기업 평가의 고무줄 잣대 논란은 연례행사처럼 굳어지고 있다. 주로 교수들로 구성된 경영평가위원들의 입맛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은연중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평가항목 배점이 여러 차례 바뀌고, 정치바람을 많이 타는 비(非)계량지표 비중(현재 45%)이 높은 것도 문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민간기업의 경영평가처럼 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한 계량지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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