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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더미… 월드컵 응원도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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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더미… 월드컵 응원도 참패

입력
2014.06.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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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 음식물로 몸살 "쓰레기 1차전 때의 두 배"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이 치러진 23일 서울 강남 영동대로가 거리응원전 참가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응원을 마친 붉은 악마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이 치러진 23일 서울 강남 영동대로가 거리응원전 참가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응원을 마친 붉은 악마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에서도 패하고 응원에서도 졌다.”

불과 나흘 만에 시민의식이 후퇴하기라도 한 걸까.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과 알제리의 조별 예선 경기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강남 코엑스 앞 도로는 쓰레기 산을 방불케 했다. 한국 대표팀이 알제리에 2 대 4로 크게 패하면서 이날 거리 응원이 펼쳐진 전국 곳곳은 관람객들이 버리고 간 응원도구와 음식물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경기 종료 수십분 만에 말끔히 거리가 정돈됐던 19일 러시아전 때의 성숙한 응원 문화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시작 전 3만3,000여명이 몰린 영동대로 거리 응원장은 한국 대표팀이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어지자 관람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후반전 시작 즈음에는 응원객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먼저 자리를 뜬 관람객들이 몸만 빠져나간 탓에 돗자리 위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과 맥주 캔, 빈 병 등이 수북이 쌓였다. 친구 4명과 자국팀을 응원하러 온 알제리인 타렉 사하라(25)씨는 “우리 팀이 크게 앞서 기쁘기는 하지만 TV에서 봤던 한국인들의 일사불란한 응원 문화와 많이 달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후반 17분쯤 알제리에 네 번째 골을 허용한 직후에는 욕설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는 관람객이 속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상황은 더 악화했다. “주변 정리를 부탁 드린다”는 사회자의 간곡한 당부에도 대부분 쓰레기를 방치한 채 자리를 떠 비닐 우비와 응원봉, 머리띠 등 각종 응원도구가 뒤엉켜 굴러다녔다.

특히 간간히 내린 비로 흙탕물 웅덩이가 군데군데 생기면서 환경미화원들이 정리에 애를 먹었다. 한 환경미화원은 “러시아전 때는 강남구청 소속 미화원 20여명이 무대 철거와 뒷정리까지 3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번엔 시간이 두 배는 소요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공식 거리 응원 장소인 서울 광화문광장과 신촌 연세로도 사정은 덜했지만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만5,000여명이 광장을 가득 메운 광화문은 경기 시작 전 이미 양 옆 도로를 차단할 정도로 응원 열기가 달아올랐으나 밤을 지새운 일부 시민이 버린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진입이 금지된 광장 옆 ‘역사물길’에는 관람객들이 쏟아낸 토사물과 쓰레기가 떠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연세로에서는 인도인 P(36)씨가 인파가 몰린 틈을 타 주변 여성들의 몸을 더듬다 성추행 혐의로 서대문경찰서에 입건됐다. P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뒤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던 한 20대 청년은 “경기에 졌다고 청소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무심하게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다시는 거리 응원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거리 응원은 기말고사를 끝낸 대학생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비로소 역동적인 붉은 함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대부분 응원 장소에서 전반전이 끝난 뒤 관람객이 많이 빠져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대학생 이민석(25)씨는 “경기 결과가 많이 아쉬우나 세계 최강 스페인도 침몰한 만큼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다시 거리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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