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72명(전체 75명, 1명 병원치료, 2명 이미 복귀)이 내일 학교로 돌아간다. 참사 71일 만이다. 이들은 그 동안 안산의 한 연수원에서 부모들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으며 공부를 해 왔다.
이들이 학교 복귀를 앞두고 함께 쓴 편지 글이 SNS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이 글은 지역주민에게도 배포됐다. “아직도 함께 빠져 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습니다”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도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합니다”라는 복잡한 심경 고백, “원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시선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등 절절한 호소가 가슴을 친다. 부모들도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아이들을 길에서 만나게 되면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온 이들이 겪는 반복회상과 죄책감 등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른바 ‘생존자 증후군’이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 당시 살아남은 5세 아이가 “나 때문에 친구가 많이 죽었다”고 자책한 사례도 있다. 정부가 설립한 안산트라우마센터는 물론 자원봉사에 나선 정신과전문의 등이 이들의 치유를 돕고 있지만, 주변 이웃과 거리에서 무심코 스치는 사람들, 그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아이들이 바라는 평범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부모들도 “세월호를 잊으면 대한민국이 잊혀진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범국민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참사를 잊지 않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힘겹게 일상을 찾아가는 생존자들과 유족들,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는 과도한 시선은 거둬들여야 할 때다. 언론도 “단원고를 기자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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