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일 공개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가 한일 양국 관계에 일파만파를 부르고 있다. 담화 작성에 한국 정부의 뜻이 적잖이 반영됐다는 요지의 보고서 공개는 당장 우리 정부의 즉각적 반발을 불렀다. 외교부는 어제 오후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일본에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파 정치인과 언론이 담화 자체의 재검토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우익단체들이 동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진보언론과 지식인들은 위안부 문제 자체의 적극적 해결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내 보수ㆍ진보의 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국내 우려와 달리 아직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퇴행적 역사인식에 다수 일본 국민의 뜻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모여든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지지자가 늘기는커녕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 보고서 공개 직후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 내각의 지지율은 5월의 49%보다 6%포인트 낮은 43%까지 떨어졌다. 집권 자민당의 ‘역사 정당화 몰이’가 서서히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아베 정부가 ‘고노 담화 유지’ 다짐을 제대로 지켜 나갈 것인지는 미심쩍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을 비롯한 아베 총리의 측근들이 여전히 고노 전 장관 및 고노 담화 흠집내기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외무성이 검증 결과 보고서 영문판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 인상적이다. 영문판 보고서의 게재는 누가 보더라도 최근 각국에서 활발한 ‘소녀상’ 건립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일부와 포괄적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미국과 호주 등지의 소녀상 설립운동에 자주 활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견제하려는 영문판 보고서의 게재는 고노 담화의 내용을 뜯어고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말로는 고노 담화의 수정은 없다면서도 행동은 이리 다르니, 일본 정부의 거듭된 다짐을 믿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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