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전 추가시간 동점골 어시스트
포르투갈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ㆍ레알 마드리드)가 ‘황금 크로스’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려 있던 조국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호날두는 23일(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까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독일에 0-4로 참패한 1차전과 마찬가지로 고립됐다. 동료들의 팀 플레이도 강하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5분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제골로 앞서는 듯했지만, 후반 저메인 존스(19분), 클린트 뎀프시(36분)에게 연달아 골을 허용해 역전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호날두의 마지막 크로스 한 개가 모든 결과를 뒤바꿔 놓았다. 승리를 직감하고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려던 미국 선수들도, 체념한 듯 주심의 휘슬 소리만 기다리던 포르투갈 선수들도 표정이 바뀌었다.
여전히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종료 1분 여를 남기고 호날두는 미국 진영의 오른쪽에서 공을 받아 지체 없이 반대편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예리하게 휘며 미국 골대 앞으로 향하던 공은 쇄도하던 바렐라(FC포르투)의 머리와 정확히 만났고, 골망을 가르는 극적인 골이 됐다. 그리고 호날두의 완벽한 크로스가 만들어낸 골과 함께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호날두는 올해 1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수상자로 선정된 세계 축구 최고의 슈퍼스타다. 2008년에 이 상을 받은 뒤 4년 내리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에게 밀렸다가 올해 다시 되찾았다. 전성기를 열어젖힌 그가 브라질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는 이번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호날두 한 명에게만 의존하는 포르투갈은 독일전에서 참패했고, 호날두도 고개를 숙였다.
하필 ‘숙명의 라이벌’ 메시는 모처럼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 나와 홈을 방불케 하는 응원을 받으며 기량을 과시 중이었다. 메시는 전날 이란과의 2차전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오로지 자신의 기량 하나만으로 드라마틱한 결승골을 터뜨려 아르헨티나에 2연승을 안겼다. 이에 반해 호날두는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이 없었다. 자칫 포르투갈이 2연패라도 빠진다면 발롱도르 탈환의 기쁨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자신도 슈퍼스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후반 추가시간에 멋진 골을 배달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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