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열기, 투기로 이어져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해 말 주택청약저축에 처음 가입한 후 최근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청약을 신청해놓고 26일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가 청약에 나선 건 당첨이 되면 최소 500만원에 분양권을 파로 팔 수 있다는 기대 때문. 최씨는 “청약경쟁률이 267대 1이라고 하던데 신청자들은 대부분 나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 시장의 분양 열기가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점화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투기수요를 불러오면서 ‘분양 불패’ 신화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이미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뒤늦게 뛰어 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자칫 상투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전국에서 1순위로 청약을 마감한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34.1%에서 올해 42.3%로 늘어 최근 5년 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천을 제외한 지방 5개 광역시들의 경우 2013년 46.1%에서 2014년 82.9%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집값 상승기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말 이후 올 3월까지 수도권은 집값이 6.8% 하락하는 동안 5개 광역시 지역 아파트들은 44.3%나 올랐다.
이에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지방에 집중하면서 청약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투기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상황. 2008년 5만여 건이던 지방 5개 광역시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지난해에 8만8,000여건으로 늘었다. 최성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지방은 분양권 거래 전매제한이 없고 제도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아 투자 수요가 계속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30%에서 2013년 36%로 뛰는 등 수요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적지 않다는 이유다. 반대로 아파트의 입주물량은 이제 시작 단계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투자목적으로 뛰어든 외지인들이 시세차익 실현 등을 위해 아파트나 분양권의 처분을 저울질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여기에 그 동안 많이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맞물리면 단기간에 ‘공급 폭탄’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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