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9ㆍ아스널)은 또 침묵했다. 2경기에서 단 하나의 무의미한 슈팅만 날린 채 쓸쓸히 벤치로 들어갔다. 상대 골문을 노리는 공격수의 존재감이 전혀 없자 ‘수비형’ 공격수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홍명보(45) 대표팀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홍 감독은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와의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4로 완패한 뒤 패인을 수비 탓으로만 돌렸다. 전반 내내 단 하나의 슈팅도 때리지 못한 공격진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것보다 수비진에서 초반에 많은 실점을 했다”며 “공격진에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때 가장 논란이 된 선수였다. 홍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벤치를 지키던 박주영을 발탁했다. 경기 출전 시간을 중요시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깬 선발로 ‘엔트리 논란’이 일었다. 2년 전 런던올림픽 때도 병역 논란에 휩싸인 그를 와일드카드로 데려 갔다. 고비마다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주는 박주영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다.
정작 뚜껑을 열자 기대했던 박주영의 해결사 능력은 온데간데 없다. 18일 러시아전에 이어 이날 알제리전까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교체 카드로 나선 이근호(29ㆍ상주 상무)와 김신욱(26ㆍ울산 현대)이 돋보였다. 이근호는 러시아전에 박주영 대신 들어가 골을 터트렸고, 김신욱은 알제리전에 교체 투입돼 큰 키를 이용한 헤딩 패스로 공격 활로를 뚫었다.
결과론적으로 박주영을 중용한 홍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 역시 꼬집었다. 지지통신은 “잉글랜드 소속팀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박주영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도 부진했다”며 “상대 수비를 휘젓는 역할을 기대해 선발로 기용했지만 교체 투입된 김신욱이 공격에 활기를 가져온 것은 아이러니”라고 보도했다.
산케이스포츠도 “아스널에서 벤치에도 앉아있지 못하고 2부 리그 왓포드에 임대된 박주영은 그곳에서도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국가대표로 선출됐다”면서 “그럼에도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 알제리전에서 홍 감독의 선택은 박주영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두 경기에서 이렇다 할 슈팅을 날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무조건 대량 득점을 해야 16강 진출의 실낱 같은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지금 공격진 컨디션으로 볼 때 부진한 박주영보다 골 맛을 본 이근호의 선발 투입도 고려해 볼만 하다. 박주영에게 명예회복 기회를 줄지, 공격진에 변화를 줄지 홍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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