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과 알제리의 조별리그 경기가 있던 날. 브라질 월드컵이 무르익을수록 열기도 더해지는 분위기다. 여느 때와 같이 모두가 하나 된 축제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월드컵이 누군가에게는 축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했다.‘누구를 위한 월드컵’이냐며 월드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기가 열린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한 브라질 소녀를 만났다. 그는 손수 적어온 종이 한 장을 내게 보여 줬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브라질에 사는 가브리엘입니다. 저 역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월드컵이 이 곳 브라질에서 열리는 사실이 못마땅합니다. 왜인지 궁금하시죠? 이유는 월드컵이 브라질 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정부의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브라질에는 학교가 많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교육에 굶주려 있습니다. 학교가 있는 곳에도 선생님과 교재 등이 부족합니다. 병원도 넉넉지 않습니다. 있는 곳마저도 침대 등 기본적인 물건, 의약품,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교통수단은 또 어떻습니까? 브라질의 대중교통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 시간에 오지 않을뿐더러 혼잡하고 시끄럽지요. 밤이 되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야 하는 등 안전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월드컵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들은 예산을 월드컵에 쏟아 부을 게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브라질 소녀의 절규는 축제로만 부각됐던 월드컵의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월드컵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정리=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