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고가 수입품(명품) 시장인 한국이 세계적 명품업체들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고가 수입품 시장은 총 83억유로(약 11조5,000억원) 규모로, 일본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 3위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이 고전적인 고가 브랜드보다는 새로 뜨는 컨템포러리 브랜드(contemporary brand)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명품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란 기존 명품과 다르게 유행을 선도하면서, 명품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아우르는 패션 용어이다.
경영 컨설팅업체 배인앤컴퍼니의 송지혜 파트너(부사장급)는 “한국의 명품 시장은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며 “샤넬, 에르메스 등 초고가 브랜드는 여전히 강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일부 명품업체들은 컨템포러리 브랜드 선호 소비층이 늘어나는 시장 상황을 좇아가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이나 단일 매장에서 정가를 주고 고가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온라인, 아울렛 등을 통해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사려는 ‘가치 소비’ 경향도 명품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 매출도 감소 추세다. 버버리의 한국 매출은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5.2% 줄었고, 영업이익도 40% 급감했다. 크리스찬 디올과 롱샴은 영업손실을 입었으며, 멀버리 한국지사도 한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탓에 본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발리 등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페레가모는 최근 갤러리아 백화점 내 매장을 닫았다.
업체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다양한 노력을 펴고 있다. 페라가모와 디올, 코치 등은 한국지사 대표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했고, 다른 일부 브랜드들은 평소보다 시기를 앞당겨 시즌 오프 할인 행사를 갖고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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