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비처럼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고생하는 직장인 이모(46)씨. 그는 한달 전쯤 한 제조ㆍ유통 일괄형(SPA) 매장을 찾았다가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던 쿨링 속옷을 처음으로 구입했다. 이후 쿨링 속옷의 마니아가 됐다는 이씨는 “입기만 해도 시원함을 느낀다고 해 호기심이 생겨 사봤는데 면 제품 속옷을 착용했을 때보다 쾌적하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오히려‘입어야 시원하다’는 쿨링 속옷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쿨링(냉감) 속옷이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시키는 소재로 만든 기능성 속옷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인기 쑥쑥
삼성에버랜드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올해 3월 쿨링 속옷 라인 ‘원더아이스’를 출시했다. 작년 처음 선보인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원래 면으로만 제작되다가 폴리에스테르ㆍ우레탄 등의 소재를 함께 사용해 땀 흡수력을 높였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쿨링 속옷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원더아이스의 올해 3~5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여름철 기본 아이템인 민소매 티셔츠의 경우 처음 만든 제품이 다 팔린 데 이어 판매율도 꾸준히 80%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쿨링 속옷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마트는 효성과 공동기획한 ‘쿨리즘’을 자사 SPA 브랜드인 데이즈를 통해 4월 출시했는데, 기온이 점차 높아지면서 6월 1~16일 매출은 4월 동기대비 424%나 뛰었다. 2012년부터 쿨링 속옷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마트도 1~6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0% 증가했다.
또 올해 초 속옷 전문 브랜드인 비비안은 흡한속건(吸汗速乾) 기능을 강화한 ‘에어홀릭 브래지어’를 내놨고, 비너스는 ‘쉘쿨 브라’를 출시했다. 비비안 관계자는 “2월 첫 출시된 ‘에어홀릭 브래지어’의 경우,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면서 지난 6월 1일~15일 판매량이 2월 동기대비 37% 늘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올해 일찍 시작된 무더위가 쿨링 속옷의 인기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니클로 등 유명 브랜드들이 마케팅을 강화한 데 힘입어 쿨링 속옷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등산ㆍ캠핑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쿨링 속옷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원함의 원리와 적절한 관리법
쿨링 속옷의 효과의 비결은 소재에 있다. 흡수한 땀이 표면에서 빠르게 퍼지는 특성의 소재를 사용해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대표적 쿨링 속옷 소재인 ‘에어로쿨’은 섬유 표면에 미세한 통로를 만들어 땀이 흡수, 발산되는 속도를 높이고, ‘아스킨’은 섬유 자체에 의도적으로 요철을 형성, 피부가 닿는 표면적을 늘려 땀 흡수와 증발을 촉진한다.
유니클로가 자사 쿨링 속옷인 ‘에어리즘’과 면 100% 속옷에 액체를 분사한 후 증발 시간을 비교한 결과, 에어리즘은 용액이 분사된 직후부터 신속히 사라진 반면 면 제품은 비교적 더딘 증발 속도를 보였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원단 내에 형성한 수많은 틈새들을 통해 액체가 빠르게 흡수, 증발되는 것”라고 설명했다.
쿨링 속옷들은 세탁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각 소재의 특성을 알고 적절한 관리법을 따른다면 더 오래 새것처럼 입을 수 있다. 시원함과 함께 자외선 차단 효과도 있어 쿨링 속옷에 주로 쓰이는 합성섬유 아스킨(에잇세컨즈, 이마트 등)의 경우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손빨래 하는 게 좋다. 폴리에스테르를 주 원료로 사용한 사라쿨(PAT 등)은 주로 울과 혼방하는 경우가 많아 드라이 클리닝해야 한다. 천연섬유인 면에 흡한속건 효과를 더한 아이스코튼(빈폴 등)은 세탁망에 넣어 중성세제로 세탁기에 빨래한 후 구김이 생기지 않도록 옷걸이에 걸어 건조시키면 된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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