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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중음·고음 분리한 디자인 깨끗한 소리로 마니아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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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중음·고음 분리한 디자인 깨끗한 소리로 마니아 사로잡아"

입력
2014.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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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PSJ디자인 대표가 직접 만든 쿠르베 스피커를 배경으로 웃고 있다. 박대표는 "중음, 저음, 고음을 내는 3개의 원통형 스피커가 따로 분리돼 소리의 간섭 없이 작동하는 점이 쿠르베 스피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제 PSJ디자인 대표가 직접 만든 쿠르베 스피커를 배경으로 웃고 있다. 박대표는 "중음, 저음, 고음을 내는 3개의 원통형 스피커가 따로 분리돼 소리의 간섭 없이 작동하는 점이 쿠르베 스피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 화제가 돼 인기를 끌면서 TV드라마에까지 등장한 스피커가 있다. 바로 ‘쿠르베’다. 얼핏 들으면 외국산 같지만 순전히 국내 기술로 만든 수제 오디오다. 즉, 장인 정신을 발휘해 일일이 손으로 깎아 만든 제품이다.

쿠르베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PSJ디자인의 박성제(47) 대표다. 그는 원래 오디오전문가가아니라 문화방송(MBC) 기자였다. 그는 2012년 편파보도 논란을 일으킨 김재철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MBC 노조가 파업을 벌였을 때 해고됐다. 박 대표는 “전직 노조위원장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해고 당했다”며 “올해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으나 아직 복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 후 박 대표가 20년 기자 생활을 뒤로 하고 찾아간 곳은 공방이다. 아내에게 직접 만든 식탁을 선물하려고 드나든 공방에서 정작 그가 만든 것은 스피커였다. 평소 오디오 마니아였던 그는 시험 삼아 독특한 디자인을 해봤다. 마침 인터넷 영화동호인 모임 ‘DVD프라임’에서 만난 오디오업계 전문가가 이를 보고 제품화를 제안했다.

지난해 6월 프랑스어의 곡선을 뜻하는 ‘쿠르베’란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인 스피커는 디자인이 기발하다. 투명 아크릴 스탠드에 끼워 넣은 쿠르베는 언뜻 보면 기다란 원통 3개가 허공에 떠 있는 모양이다. 박 대표는 “중음, 저음, 고음이 서로 간섭 없이 깨끗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각 부분을 분리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뿐 아니라 제작도 박 대표가 직접 한다. 서울 양재동 작업장에서 소리의 울림이 좋은 수백 만원 대 핀란드산 자작나무를 일일이 깎고 손질해 만든다. 그렇다 보니 1개 제작에 2주 이상 걸려 주문을 받아 만든다. 수제이고 재료비가 비싸 가격도 1조에 750만~800만원을 호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르베는 DVD프라임에서 빼어난 음질의 스피커로 입소문이 퍼져 얼마전 드라마 ‘밀회’에 음대 교수로 나온 김희애가 사용하는 스피커로 방송까지 탔다. 이후 제품 종류도 7종으로 늘었고, 최근 컴퓨터(PC)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책상용 스피커 ‘쿠르베 아톰’도 내놓았다. 박 대표는 “내가 갖고 싶은 스피커를 만들다 보니 디자인과 소리 모두 신경을 썼고, 그 바람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디자인에 반한 미대생들이 배우겠다고 찾아 오기도 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언론인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복직되면 다른 사람에게 회사 운영을 맡길 것”이라며 “차기 제품을 구상 중이지만, 다시 취재현장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글ㆍ사진=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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