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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는 떠났지만 디자이너 꿈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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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는 떠났지만 디자이너 꿈은 이뤄졌다

입력
2014.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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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서촌갤러리서 구두 등 작품 35점 전시회

전시회 포스터
전시회 포스터

소녀는 ‘또각 또각’ 구두 소리를 좋아했다. 아직 학생이라 하이힐을 갖지는 못했지만 대신 몇 점이고 구두 그림을 그렸다. 언젠가 구두나 옷,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미대 입학을 꿈꿨다. 그러나 지난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열일곱 살 소녀의 꿈도 함께 가라앉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박예슬양의 작품들을 모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가 다음달 4일부터 서울 효자동 서촌갤러리에서 열린다. 지난달 30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 이다운(17)군의 자작곡인 ‘사랑하는 그대여’를 가수 신용재씨가 불러 음원을 공개한 것에 이어, 단원고 학생들의 못다 핀 꿈을 이뤄주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가 박양의 작품을 접한 것은 지난 4월말 한 방송사의 뉴스를 통해서였다. 스케치북에 그린 만화 캐릭터, 티셔츠 스케치 등 박양의 그림을 뒤적이며 “나중에 크면 전시회라도 해 주려고 딸에게 모아놓으라고 했다”는 아버지 종범씨의 인터뷰를 보고 연락을 취했다.

장 대표는 “이 전시회는 세월호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이야기”라며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꿈을 갖고 있었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 아이였던가를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희생자 중에서도 재주가 많았던 다른 학생들이 있었다”며 “아이들을 계속해서 기억하기 위해 다른 단원고 학생들의 작품 전시도 준비되는 대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회에는 유치원 시절 스케치북에 그린 공주님 그림부터 최근까지 박양이 직접 그린 그림 31점, 박양의 구두 디자인을 바탕으로 실제로 제작한 구두 2점과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꿈꾸며 그린 스케치를 컴퓨터 작업을 거쳐 만든 실내 인테리어 작품 2점 등 모두 35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박양이 디자인한 옷을 디자이너가 직접 만들어 박양의 남자친구와 여동생에게 입힌 사진도 전시된다.

박양의 어머니 노현희(44)씨는 “예슬이는 속상한 일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아이였다. 그런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떠나 보낸 딸의 전시회가 열리는 것에 대해 “기쁘면서도 아프다”고 했다. 노씨는“예슬이가 그림 그린 걸 많이 보여줬는데 다시 찾아보니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도 많았어요. 무심히 흘려 보냈던 그림들을 지금 하나하나 보니 더 미안하네요”라며 울먹였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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