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달아난 임모(22) 병장과의 교전이 벌어진 강원 고성군 현내면 일대는 주민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전시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흘렀다.
현내면 주민들은 22일 오전부터 작전용 헬기가 수시로 마을 상공을 선회하고 급기야 오후 들어 총격전이 벌어지자 가슴을 졸였다. 임 병장과 수색 병력 간 교전이 벌어진 것은 이날 오후 2시23분쯤 제진검문소 북쪽 300m, 명파리에 있는 명파초교로부터 북쪽으로 1㎞ 가량 떨어진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이다.
금강산 육로 관광의 관문인 이 지역 주민들은 무장 탈영병을 검거하기 위한 군 작전이 시작되자 생업을 뒤로 하고 안전지역에 대피한 채 초조하게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 임병걸(54) 명파리 4반장은 “무장 탈영병이 혹시나 집으로 들어올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며 “간혹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 큰 일이 벌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대치 상황이 장기화되자 육군 22보병사단과 고성군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 고성군 명파ㆍ마달ㆍ배봉리 271가구, 567명을 인근 대진초교와 대진고로 긴급 대피시켰다. 야간 작전 시 오인사고 등을 우려해 군이 내린 조치다. 임순칠(55) 명파리6반장은 “탈영병의 부모가 아들에게 투항할 것을 요구하는 방송이 어렴풋이 들리기도 했다”며 “상황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주민들에게 짐을 싸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들 마을은 교전현장에서 차량으로 불과 30여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더욱이 임 병장이 포위망을 뚫고 다시 도주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됐다. 아군에게 총구를 겨눈 무장탈영병 때문에 난데 없이 대진초 체육관으로 대피하게 된 주민들은 은박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거나 안부를 묻는 전화를 주고받았다. 주민들에게는 고성군이 저녁식사로 김밥을 제공하고 구호품을 지급했다. 주민 김모(60?여)씨는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어젯밤 무서워 한잠도 자지 못했다. 외지에 있는 자식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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