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엿새간의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을 마치고 주말에 귀국했다. 이번 순방 성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19조원 규모의 전력구매계약 등 3개국에서 모두 40조원이 넘는 경제협력의 틀을 구축했고, 박 대통령 외교비전의 한 축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든든한 지지도 이끌어냈다. 우리와 같은 핏줄인 고려인이 많이 살고 있는 이들 3개국 방문에서 거둔 성과를 적극 살려나갈 수 있도록 관련부처 중심으로 주도면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안타까운 건 박 대통령이 강행군의 순방 일정을 끝내고 귀국해서 맞고 있는 국내 정치상황이다. 공교롭게 귀국시간에 맞춰 전방부대에서 대형 총기 참사가 발생했고, 논란 중인 문창극 총리후보자와 몇몇 장관후보자 문제 등 순방 성과를 퇴색시키고 국정동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한 둘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고질적 적폐 척결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발목 잡는 일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으니 박 대통령도 힘이 빠질 것이다.
하지만 달리 길이 없다. 시간을 끌거나 누구를 탓해서 될 일도 아니다. 일련의 인사실패는 박 대통령 스스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국정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심각한 논란을 야기하거나 중대한 결격사유가 드러난 공직 후보자는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 특히 문 총리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여권과 청와대 주변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구구한 억측이 나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양이 아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대통령과 여권이 입는 상처가 커질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작금의 사태가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총리후보자 등 2기 내각 인선은 독선과 독주를 지양하고 화합과 동행을 주문한 6ㆍ4지방선거의 민심과 거리가 한참 멀었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민심의 흐름과 상관 없이 자신들만의 좁은 틀에 갇혀 국정을 이끌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 그런 좁은 틀을 깨는 과감한 인적 쇄신과 함께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상황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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