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총기사고 후 약 2시간이 지나서야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고 주민 대피령도 제대로 고지되지 않는 등 군 당국의 늑장 대처가 문제시되고 있다. 총기와 실탄,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탈영한 심각한 상황임에도 군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다.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55연대 모부대에서 임모(23) 병장이 처음 수류탄을 터뜨린 것은 21일 오후 8시 15분. 사단은 오후 8시 20분 사고 상황을 접수했지만 임 병장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다시 5분 뒤에 군단에 보고가 올라갔고 3분 뒤인 8시 28분에 사단 내에 위기조치반이 소집됐다. 일반전초(GOP) 전역에 병력이 투입됐으며 임 병장이 민간에 위협을 가할 것을 우려해 차단선이 설정됐다.
하지만 최고 비상 경계태세로 군과 경찰이 수색에 총동원되는 ‘진돗개 하나’가 고성 전역에 발령된 것은 사건 발생 2시간 후인 오후 10시 12분이었고 사고 소식은 이보다 더 늦은 오후 10시 40분쯤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병사가 무장 탈영했는데도 인근 주민들은 2시간이 넘도록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야간이라 도주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 이상 남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차단선을 설정하는 등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22일 오후 2시 13분쯤 총격전이 벌어진 뒤에도 별다른 대응지시가 없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군은 소속 부대에서 10㎞ 떨어진 민간인 통제지역에서 임 병장과 총격을 주고받은 후 대치상황이 길어지자 오후 4시 30분에야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달리 배봉리 등 3개 마을 주민 540여명에게 대진초?중?고교로 대피하도록 했다.
현내면 주민들은 오전부터 작전용 헬기가 마을 상공을 선회하고 급기야 총격전까지 벌어지자 가슴을 졸였다. 금강산 육로 관광의 관문인 이곳 주민들은 무장 탈영병을 검거하기 위한 군 작전이 시작되자 생업을 뒤로 하고 초조하게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 임병걸(54) 명파리 4반장은 “무장 탈영병이 혹시나 집으로 들어올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며 “간혹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 큰 일이 벌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달리 박철용(75) 이장은 “군 병력과 차량이 긴박하게 이동하는 것을 21일 오후 10시쯤 목격했으나 군 부대로부터 ‘외출을 자제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은 밤 12시가 넘어서였다”며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는데 대피령 등 군 당국의 조치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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