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위원회 "7~19세기 축성술 시대별 발달단계 나타나"
수원화성 후 성곽으론 2호, 훼손 구간 등 내년부터 정비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성곽 관련 유산은 40여 건이다. 아시아, 유럽, 중남미 여러 나라와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에 요새, 성, 성곽 도시, 산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한국의 성곽으로는 1997년 등재된 수원화성과 이번 남한산성을 합쳐 2건이 유네스코 목록에 올랐고, 서울시도 한양도성 등재를 추진 중이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이 있다. 등재의 기본 조건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품임을 입증하는) 진정성, (손상이 없는) 완전성이다. 그중에도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문화유산의 경우 등재의 구체적인 기준은 여섯 가지다. 최소 하나 이상이 해당되어야 하는데, 남한산성은 기준 2(특정 기간이나 문화권에서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와 기준 4(인류 역사의 중요한 발달 단계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 두 항목을 충족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기준 2로 볼 때 남한산성은 “동아시아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증거”라고 인정했다. 기준 4에서 남한산성은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축성술의 시대별 발달 단계가 잘 나타나 있고 무기 체제의 변화에 따른 군사 방어 기술을 집대성한 산성”으로 평가 받았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1637년) 당시 인조가 피란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뿌리는 백제 온조왕이 축조한 왕성이다. 둘레 11.76km, 면적 52만 8,000㎢에 이르는 현재의 규모와 형태는 1634년(인조 2)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 완성됐다. 당시 성곽과 보루 등 군사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비상시 왕의 임시 처소인 행궁 73칸을 지었다. 조선시대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도성을 지키는 군사시설이면서 관청과 시장까지 갖춰 사람이 살았던 산성도시다. 행궁은 구한말 의병들의 거점이 되면서 일제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는데, 경기도가 10여 년 공사 끝에 지난해 복원했다. 현재 남한산성에는 성곽과 행궁 외에 수어장대, 숭렬전, 청량당, 현절사, 침괘정, 연무관 등 건축문화재가 있다.
한국의 산성은 산봉의 중턱 쯤에 머리띠 두른 것처럼 한 바퀴 둘러쌓는 태뫼식, 계곡이나 분지를 품고 능선을 따라 쌓는 포곡식이 있다. 남한산성을 비롯한 조선시대 산성은 모두 포곡식이다.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경기도의 노력이 컸다. 산성 내 러브호텔을 철거하고 무분별하게 난립한 식당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보존과 정비에 힘을 쏟았다. 내년부터는 성곽의 여장을 보수하고 미정비 구간을 정비한다. 남한산성의 일부인 신남성을 사적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신남성은 군부대와 중계기가 자리잡아 많아 훼손된 상태다.
이번 남한산성 등재로 남한의 11건을 포함,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과 개성역사유적지구, 중국 동북지방의 고구려 유적을 합쳐 한민족 관련 세계유산은 14건에 이르게 됐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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