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에 대해 가톨릭 교회에서 축출하는 파문(破門) 조치를 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이탈리아에서도 대표적 마피아로 통하는 ‘은드란게타’의 본거지 칼라브리아 카사노 알리니오를 방문, 수 만 명 신도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마피아를 ‘악을 숭배하는 표본’으로 규정했다. 이어 그는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는다”며 “마피아 단원들은 파문됐다”고 선언했다. 또 “칼라브리아 지역의 마피아는 악의 숭배자이고, 공익에 대한 모욕”이라고 맹비난했다.
교황은 사전 예고 없이 즉석 강론을 통해 마피아를 파문했는데, 이날 발언 수위는 1993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시칠리아 마피아를 비난한 이후 가장 높았다. 교황은 마피아를 자극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칼라브리아 방문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드란게타는 구성원의 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내 의식에서 종교적 의례를 변용하는 등 기독교적 색채가 강해 교황의 파문 조치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 조직은 그 동안에도 일부 성직자들의 암묵적 지지를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 받으려 했는데, 이를 위해 가톨릭 교회에 많은 돈을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파문 조치와 함께 조직 범죄자를 교회 내에서 자동 파문하겠다고도 경고했는데, 범죄 단체와 가톨릭 교회의 결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이탈리아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 집전에 앞서 올해 1월 마피아에 의해 목숨을 잃은 3세 소년 코코의 유가족들을 만나 “죽은 어린이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으니, 절망에 빠지지 말라”고 위로했다. 또 아동들이 범죄집단에게 희생 당하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코는 마피아와 마약 거래를 한 뒤 돈을 지불하지 않은 할아버지와 함께 차에서 살해됐다. 코코는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불탄 자동차 카시트에 앉은 채 발견됐는데, 일부에서는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마피아의 불문율이 깨진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배성재기자 pas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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