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동의안 재가 물건너갔지만
지명 철회하기엔 후폭풍 우려,
일단 자진사퇴 기다리는 듯
청와대가 22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문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문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후보자 사퇴의 형식과 방법을 두고 청와대 측과 문 후보자가 의견을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밤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참모들로부터 문 후보자 거취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문 후보자 사안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순방 기간 중이던 지난 18일 국회에 제출할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재가 여부를 귀국 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일단 재가 여부 판단을 미루며 숙고에 들어간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날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순방 성과와 GOP 총기 사고 등을 논의했으나 문 후보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수시로 문 후보자 관련 사안이 대통령에게 보고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마지막 결심만 남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내에서는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재가는 물 건너 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다. 문 후보자의 역사 인식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문 후보자의 감정적 대응 방식도 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켜 국민적 반감을 되돌이키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당장 지명 철회 카드를 꺼내기도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권의 시각이다. 지명 철회는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여서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하고, 문 후보자의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청와대가 일단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자신에게 제기됐던 친일 논란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한 만큼, 이제 어떤 방식으로 명예롭게 사퇴하느냐의 문제만 남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후보자와 청와대 측이 사퇴의 형식과 방법, 시기 등을 두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양측이 대립하는 양상이 되면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박 대통령의 명확한 메시지를 기다려온 측면이 강해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문 후보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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