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성장률 밑돌며 자칫 더블딥 가능성도" 연구기관들 잇단 하향 속 한은도 전망치 낮출 태세
호기 맞은 재계, 금리 인하 등 최경환 팀에 앞다퉈 메시지
"무작정 부양은 위험" 우려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에, 이제는 원화 강세와 주요국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타격까지 우려되는 상황. 때마침 성장을 중시하는 ‘최경환 경제팀’의 등장과 함께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로 기존 전망(4.0%)보다 무려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연구원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제 충격이 완화되더라도 올해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이라며 “특히 경기가 회복 경로에서 벗어나 침체 국면으로 돌아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른바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주 내수 침체로 성장률이 상반기 3.9%에서 하반기 3.4%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5월 말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낮춰 잡았다. LG경제연구원도 곧 전망치를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도 낮아질 것이 유력하다. 기획재정부는 통상 6월 말에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지만 올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등의 일정을 감안해 7월 둘째 주를 즈음해 공개할 예정. 한국은행 역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끝난 그 달 10일 하반기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 “4월 전망 후 여건 변화가 있을 텐데 이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더구나 원화 가치 상승과 더불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우리나라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벌써 여기저기서 ‘최경환 경제팀’을 향해 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최 부총리 후보자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자 지금까지 완강히 반대하던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까지 손뼉을 마주치고 나선 것은 앞으로 경기 부양 드라이브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 재계는 이 때다 하고 각종 부동산 규제 철폐, 환율 안정, 금리 인하, 세제 완화 등 요구를 쏟아낼 기세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기부양을 위해 우리도 금리 등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연도 이날 보고서에서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방통행 식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어느 한쪽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 조절을 해야 지나친 쏠림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위원은 “전망치가 낮아지고 새 부총리가 들어서면서 시장에선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무작정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부작용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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