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수니파·쿠르드 거주지 3분하는 방안도 다시 부상
이라크 내전 상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수니파ㆍ시아파 사이의 종파 전쟁 성격이 뚜렷해지면서, 한 치 땅을 더 빼앗기 위한 소모전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또 시아파에 편향적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를 퇴진시키는 한편, 지방정부 자치권을 대폭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라크를 3분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ISIS, 서부 요충지 장악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반군이 21일 이라크 서부지역 공격을 확대, 이라크에서 가장 큰 안바르주의 전략적 요충지 4곳을 장악했다.
ISIS는 전날 이라크와 시리아 간 국경 검문소가 있는 소도시 알카임을 장악한 데 이어 이날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240㎞가량 떨어진 라와와 아나도 손에 넣었다. 전날 밤에는 가장 저항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인 루트바도 점령했다.
ISIS는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위치한 라와와 인근 마을인 아나까지 수중에 넣음에 따라 하디타의 댐도 위험에 처하게 됐다. 1986년에 지어진 이 댐은 1,0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 발전소가 있으며, 댐이 파괴될 경우 이라크의 전체 전력망에 영향을 주고 홍수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라크 정부군은 ISIS의 댐 공격에 대비, 병력 2,000여명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알카임, 라와, 아나 지역에 있던 정부군은 부대 재배치를 위해 전술적으로 철수했다고 정부군 대변인 카심 아타 중장이 설명했다.
ISIS 반군이 21일 일부 전선에서 세력을 확장했으나, 이라크 북서부에 형성된 대치 전선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바르 주에서 밀린 정부군은 이날 바그다드 북쪽 살라헤딘 주 주도인 티크리트를 공습, 반군 4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확산되는 ‘말리키 총리 퇴진론’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말리키 총리 퇴진론이 시아파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시아파 최고성직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는 금요집회 강론에서 “전 국민적 지지를 얻고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모든 이라크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는 새 정부 구성을 위해 주요 정파가 조속히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말리키 총리의 퇴진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정계에서 수니파 목소리를 대변하는 오사마 알누자이피 전 국회의장의 측근 무함마드 알칼디도 “미국 영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 말리키 3선 연임을 저지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시아파는 대체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아델 압둘 마흐디 전 부통령과 아야드 알라위 전 총리 등을 후임으로 거론했다.
주목받는 바이든 부통령의 ‘이라크 삼분(三分)지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라크 사태를 빠른 시간 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006년 제시한 ‘삼분지계’가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바이든 상원의원은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이라크를 쿠르드와 수니파ㆍ시아파 거주지에 따라 삼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의해 즉각 거부 당한 이 방안은 이라크 북서부는 수니파, 북동부는 쿠르드, 남부는 시아파에게 맡기는 내용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케네스 폴락 이라크 전문가는 “이라크가 단일 국가로 남으려면 각 정파가 수 년간 유혈 충돌을 벌여 승자를 가리거나,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방법(삼분지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슨 센터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로빈 라이트 연구원도 “미국은 이라크 사태가 (종파간 유혈충돌로 귀결된)레바논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삼분지계 추진을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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