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래희망에 대해 자주 생각해.” K가 말했다. 커피 집의 통 유리창 너머로 노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저만할 때는 늘 장래희망이 뭐냐는 말을 듣잖아. 그러면 과학자나 선생님이나 의사, 뭐 그런 게 되고 싶다고들 하지. 그 꿈과 함께 머릿속에 그리는 나이가 대략 삼십 대, 그쯤이지 않아?” 나는 멋대로 넘겨짚고 맞장구를 쳤다. 맞아, 맞아, 왜 자꾸 하나마나 한 질문을 해서 아이들을 윽박지르는지 모르겠다고. 그러자 K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로서는 꿈의 나이가 그렇게 삼십 대에 멎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장래희망을 더 꾸준히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그건 사실 미래의 내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훈련이잖아.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면 더 이상 그런 상상을 하지 않아. 늙으면 추해지든 끔찍해지든 상관없다는 듯.” 우리는 잠시 각자의 상념에 젖었다. 장래희망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십 년 이십 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반면교사는 많았으나 롤모델로서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꿈을 강제로라도 품어야 하는 건 젊은이들이 아니라 노땅들이어야 하나 봐.” 나는 K에게 앞으로 가끔 장래희망을 물어달라고 했다. K 역시 나에게 같은 부탁을 했다. 상상을 한다고 해서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니지만, 상상이 현실의 삶에 미치는 힘을 우리는 믿고 싶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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