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두 달, 잊지 않겠다는 다짐에 미술 작가들이 합류하고 있다. 서울, 수원, 안산 등 각지에서 추모 야외전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술작가와 일반인들이 참여한 온라인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신작들로 개인전을 준비 중인 중견 작가도 있다.
경기 광주의 영은미술관에서 31일까지 열리는 설치미술가 김순임씨의 개인전 ‘레지던시 투 무브(Residency to Move)’에 포함된 동영상 작품 ‘이 꽃을 보내니 그 꽃을 보내주오’는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기도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4월 18일 제주도 대포 해안에서 찍은 6분 58초 길이의 이 영상은 바다에서 떠내려온 짚신에 들꽃을 가득 채워 바다로 띄워 보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제주로 가는 배를 타기 하루 전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들은 작가는 제주도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대포 해안을 걷다가 바위 틈에 끼어 있는 짚신 세 짝을 발견했다. 작가는 짚신을 저승신이라 여기고, 모두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저승신에게 이승꽃을 보냈다. 제주도 자청비설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자청비는 저승에서 생명꽃을 구해와서 사랑하는 문도령을 살려냈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은 산 자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꽃처럼 남았다.
손상된 뼈를 찍은 X선 촬영 필름 등을 사용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뤄온 미술작가 한기창씨는 세월호 침몰 이후 여덟 번 팽목항을 다녀 왔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이 기름을 걷어낸 흡착포, 주변 해역 어부들의 어망 등을 가져와 신작을 준비 중이다. 8월 영은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일 이 작품들은 세월호가 상징하는 한국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은유적 형식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기름 묻은 흡착포를 말려 그 위에 세월호 기름 찌꺼기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온라인 전시 ‘아픈 세월, 슬픔의 바다’(http://sewolonline.com)는 5월 15일 오픈 이래 매일 1,100명 정도가 방문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 독립 큐레이터 탁혜성씨가 기획한 이 전시는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계속된다. 미술작가와 일반인들이 보내온 그림, 사진, 동영상 등 13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임옥상, 김봉준, 이윤엽, 노순택 등 알려진 작가들을 비롯해 80여 명이 작품을 보내왔다. 외국에서 그림을 보내준 원로 작가도 있고, 외국인도 있고, 초등학생과 동네 주민들이 함께 그린 벽화도 있다. 지금도 작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탁씨는 “사회적 발언에 무관심했던 작가들도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줘서 고맙다며 작품을 보내줬다”고 전하면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활동에 이미지 파일을 자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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