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 0골 0도움 0슈팅 1따봉" 비난
체력저하도 노출…알제리전 명예회복 필요
'창과 창의 격돌.'
오는 23일(한국시간) 오전 4시부터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이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열리는 한국과 알제리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을 단적으로 예상하는 말이다.
알제리는 지난 18일 H조 1차전 벨기에전에서 수비축구를 택했다가 1-2 역전패를 떠안았다.
알제리는 전반 24분 소피안 페굴리(25·발렌시아)가 페널티킥 선제골을 터뜨려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골을 더 노리지 않고 수비에 치중하다가 후반 내리 두 골을 내줬다. 바히드 할릴호지치(62)대표팀 감독에 대해 알제리 국민과 언론의 질타가 당연히 이어졌다.
게다가 이날 벨기에는 알제리전 승리로 3점을, 이어진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친 한국과 러시아는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아직 승점이 없는 알제리로서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방패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창을 잡아야 한다.
한국도 여유있는 것은 아니다. 승점 1점을 얻기는 했으나 마지막 3차전 상대가 최강 벨기에인 만큼 알제리전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겨 좀 더 마음 편하게 벨기에전에 나서야 한다.
한국전을 위해 알제리는 벨기에전에 기용하지 않았거나 후반에 교체투입했던 수많은 공격 자원들을 총출동시킬 전망이다.
알제리 스포츠신문 르 뷔테르의 19일과 20일 보도 내용을 볼 때 알제리는 한국전에 공격 성향이 매우 강한 측면 수비수 아이사 만디(23·랭스)·공격형 미드필더 야신 브라히미(24·그라나다)·압델무멘 자부(27·클럽 아프리칸)·공격수 이슬람 슬리마니(26·스포르팅 리스본)·나빌 길라스(24·FC 포르투) 등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창 끝을 더욱 벼려야 한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29·아스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박주영은 지난 18일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H조 1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별다른 슈팅 하나 날려보지 못한 채 후반 11분 교체아웃됐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낸 56분 동안 박주영은 6.385㎞를 부지런히 뛰었다. 하지만 지난 5월28일 튀니지(0-1 패)·8일 가나(0-4 패)와의 평가전에서 그나마 각각 기록한 슈팅은 이날 1개도 없었다. 지난 3월8일 그리스전(2-0 승) 이후 3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오히려 전반 9분에는 이청용(26·볼턴)의 침투 패스를 놓쳐버려 상대 골키퍼와의 1대 1 찬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전반 33분에는 어이없이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며 역습을 허용, 실점 위기까지 초래했다.
그러나 이날 박주영이 눈에 드러나지 않는 기여를 한 것까지 폄훼할 수는 없다.
박주영은 이날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해 손흥민(22·레버쿠젠)·이청용(26·볼턴)·구자철(25·마인츠) 등 다른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특히 골로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전반 38분 손흥민에게 헤딩 패스를 보내줘 강력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과 러시아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두 차례 월드컵(2006독일·2010남아공) 경험을 바탕으로 젊고, 월드컵 경험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남아공월드컵 한 차례뿐인 다른 한국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젊은 주장 구자철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다만 박주영이 최전방 공격수인만큼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은 박주영의 이날 공을 천 번, 만 번 인정한다 해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박주영은 하프타임을 거치고 나온 후반 초반에 극심한 체력저하를 노출했다. 안정환(38) MBC 해설위원이 보다 못해 "(박주영이)후반 초반인데 걸어 다니고 있다.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잠시 뒤 박주영은 이근호(29상주)와 교체됐다.
홍명보(45)대표팀 감독이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이)전반에 수비적인 역할을 잘해줬다"고 칭찬한 것을 두고 박주영의 역할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이날 박주영를 대신한 이근호가 교체 투입된 지 10여 분 뒤인 후반 23분 날린 중거리 슈팅이 러시아 골키퍼의 실수로 선제골이 되는 행운이 일어났다.
모두가 기뻐할 일이었지만, 이는 곧 박주영의 '제로슈팅'을 비난하는 또 다른 빌미가 됐다. 이날 박주영은 이청용의 패스를 놓친 뒤 '큰형님'답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훌륭했다'고 칭찬했는데 이 또한 제로슈팅과 엮여 '0골 0도움 0슈팅 1따봉'이라는 비아냥거리가 됐다.
그러나 축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박주영을 옹호하는 의견 또한 없지는 않다.
채널엠 송영주 해설위원은 "박주영이 이날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기는하다"면서도 "그러나 박주영 개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히려 그런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미끼' 역할을 하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닌다면 다른 공격수들에게 득점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송 위원은 "많은 국민들이 박주영에 대해 직접 몇 겹의 수비진을 벗겨내며 거침없이 돌파해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기대한다"며 "그러나 박주영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스타일이다. 일본과의 2012런던올림픽 3-4위전 선제골이 바로 대표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주영의 킬러 본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미드필드진의 분발을 촉구했다.
"박주영에게 패스가 안 오니 박주영이 슈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구자철과 기성용이 좀 더 전진해 박주영에게 패스를 찔러줄 필요가 있다. 알제리가 공격에 집중할 때가 박주영에게는 기회다. 다만 그럴 경우 자칫 우리 수비에도 문제가 생기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박주영은 지난 5월28일 튀니지(0-1 패)·8일 가나(0-4 패)와의 평가전에서 슈팅 1개에 그쳤다. 러시아전에서는 슈팅이 없었다. 지난 3월8일 그리스와의 평가전(2-0 승) 이후 3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박주영의 선발 기용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반감이 많지만 홍 감독은 알제리전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고, 후반전의 적당한 시기에 이근호로 교체하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알제리전에서도 박주영이 수비수 역할에 그친다면 이날 승패를 떠나 아무리 홍명보 감독이라도 박주영을 오는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벨기에전에 또 다시 선발 기용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안아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과 알제리의 화력이 풀동원돼 격돌하는 백척간두의 승부가 박주영에게도 사실상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인 셈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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